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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부자를 꿈꾼다. 부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실제로는 부자가 되기 싫다기보다 돈 버는 데 인생을 바치고 싶지 않다는 것에 가깝다.
그런데 가만히 있어도 돈이 불어난다면 굳이 돈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것을 실현시켜 주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HNWI(High-Net-Worth Individual)란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 자산이 100만 달러(약 14억3000만 원) 이상인 개인을 말한다. 소위 ‘백만장자’로 불리는 이들이다. 이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들의 재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전 세계 HNWI 수 추정치는 보고서마다 약간 차이가 있는데 2024년 캡제미니의 세계 부 리포트(World Wealth Report)에 따르면 1500만 명 이상이었다.
깔고 앉은 부동산이 재산의 전부인 한국의 하우스 푸어들로선 어떻게 하면 이런 큰돈을 모을 수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업계에 내려오는 금언이 하나 있다. HNWI는 절대 자력으로 돈을 모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보기술(IT) 컨설팅 기업 캡제미니의 재정자문들은 돈을 모으려면 ‘돈을 관리해 주고 불려 주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압박, 긴축 금융에도 부유층이 재산을 불릴 수 있도록 도와 주며 덩달아 자신의 배도 불린다.
캡제미니는 2023년 기준 자산 총액이 273억 유로(약 27조3000억 원)에 이르렀다. 컨설팅 기업 메릴린치를 인수한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2023년 총자산은 3조1800억 달러, 운용자산은 1조6200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기조차 어려운 수치다.
요즘 사람들은 모이면 주식·코인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정작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컨설팅 기업의 재정자문가들은 “우리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리 똑똑하고 저금을 잘하는 사람일지라도 부자가 되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HNWI가 선호하는 자산 배분 원칙은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경제 상황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후 대안투자로 세금을 최소화하고, 보통주에 할당하는 자산을 낮추는 대신 헤지펀드, 사모펀드·벤처캐피털, 구조화 상품, 자사에 대한 투자 등 복잡한 투자에 기반한 것이다.
또한 고정 수입과 현금으로 보유하는 자산을 최대한 낮춰 부동산에 많은 자금을 할당한다. 지역적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여러 나라의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HNWI가 구조화 상품, 파생상품, 헤지펀드, 사모펀드, 외환, 상품, 열정 투자, 예술품 시장, 부동산 투자를 직·간접 투자보다 더 중요시하는 것은 분산 투자로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발견해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부자 3대 못 간다”는 말이 사라지게 됐다.
그동안 전통적인 부자들이 3대를 가지 못한 이유는 분명하다. 재정자문가들은 “아이들에게 자산을 숨기고 재정 능력을 키워 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요즘 HNWI는 가족의 재정 능력을 우선시한다. 메릴린치와 캡제미니의 조사에 따르면 요즘 HNWI들은 p2p(peer to peer·동등 계층 간 통신망) 네트워크는 물론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컨설팅 회사가 제공하는 자료를 접하게 하여 경제관념을 심어 준다고 한다. 요즘 부자들의 목표는 ‘부의 보존’이 아닌 ‘부의 증식’이다.
HNWI들은 남을 돕는 데도 적극적이다. 자선 세테크라는 말도 있듯 자선사업으로 세금 감면 특혜를 노리되 향후 자신들에게 부를 더 안겨 줄 곳에 자선을 행한다. 터키·이집트·인도네시아·멕시코·베트남·남아프리카 공화국 같은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이 그 대상이다.
HNWI는 재정자문들의 도움으로 여러 상황을 확인·예측하여 자본을 적절히 배분하고 국경을 넘어선 일류 기업에 투자한다.
현대의 재정자문가들은 부자들의 돈 관리는 물론이고 그 자녀들의 경제 교육과 유용한 정보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이 있다. 2000년 한국에서 의약 분업이 추진되면서 유행한 슬로건이다. 의사는 환자의 진료와 약 처방을 담당하고 약사는 처방된 약을 조제하고 복약 지도를 함으로써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내 판단만 믿고 주식·코인·부동산에 ‘올인’하는 사람들이, 조 단위 돈을 주무르는 전문가의 혜안을 어찌 따라가랴.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돈은 컨설팅 회사에게!
그런데 컨설팅 회사는 어디 가면 만날 수 있는지, 내 돈 100만 원도 굴려 주는지….
부자의 길은 멀고 백만장자의 길은 더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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