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반려동물보험 지원사업 추진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고가의 병원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찬성 의견과 “세금으로 지원하면 비반려인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하다. 각 지자체들 또한 주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선뜻 반려동물 보험지원 사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들의 반려동물 보험지원 사업 추진 배경에는 높은 동물병원 진료비와 유기동물 발생 증가로 인해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진료비는 이미 사람의 진료비보다 훨씬 웃돌고 있다. 특히 평균 20~30만원대인 반려동물 스케일링 비용이 일부 동물병원에선 100만원을 부르는 등 병원마다 진료비 격차가 크다는 점도 반려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자체 반려동물보험 지원 사업, 찬반여론 ‘팽팽’
인천시가 지난 6월 18일~7월 19일 ‘반려동물보험 가입 지원’에 대해 온라인 정책담론장인 ‘토크 Talk Talk'를 통해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 의견자의 대다수는 ’높은 동물병원 진료비‘를 이유로 꼽았다.하지만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동물병원의 진료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관련법 개정에 국회는 수년째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은 유기동물 발생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견의 질병, 사고로 인한 불구, 노령화 등에 따른 과도한 치료비 부담이 반려동물 유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구조·보호된 유실·유기 동물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7년 10만2593마리, 2018년 12만1077마리에서 2019년 13만5791마리로 전년대비 12.2% 늘었다. 지난해 유실·유기 동물 구조·보호 비용을 포함한 운영비용은 232억원으로 전년대비 15.8%가 증가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 중인 유기동물 입양정책 효과도 미미하다. 농식품부 조사결과 ‘동물보호시설의 유기동물 입양 의사가 있다’는 사람은 26.2%에 불과하다. 입양을 어려워하는 이유로 △질병·행동 문제 우려(43.1%) △고령(16.9%) △입양 방법·절차를 잘 몰라서(12.3%) 등을 꼽았다.
연간 2000건을 웃도는 ‘개물림’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갈등과 분쟁 또한 사회 문제화 되고 있다. 개물림 사고는 2016년 2111건, 2017년 2404건, 2018년 2368건으로 하루 평균 6~7이 발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약 5년 동안 개물림 사고로 인해 보험공단이 먼저 피해자에게 보험료를 지급하고, 견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한 건수는 864건, 병원진료비는 14억3000만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들은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 완화 △유기동물 발생 억제 △유기견 입양 활성화 등의 일환으로 반려동물 보험지원 사업 논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아 논의가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높은 진료비·개물림 갈등,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찬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으로 반려동물 보험지원 사업에 나선 곳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부터 서울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견을 입양하는 모든 시민에게 동물보험 납입료를 1년간 지원해주는 ‘유기동물안심보험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삼성화재해상보험, 올해는 한화손해보험과 손을 잡았다. 만1세 기준 평균 20만원을 지원하고, 동물 상해‧질병 치료비 뿐 아니라 동물로 인한 시민 안전사고 등 배상책임도 일부 보장된다.
구체적 보상범위를 보면, 반려동물이 상해·질병으로 치료 받은 경우 1000만원 한도 내에서 60%의 비율로 보상된다. 반려견이 타인이나 타인의 반려동물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500만원 한도 내에서 100% 보상된다. 유실견 찾기 지원금도 15만원 내에서 100% 지원해 준다. 반면 광견병·슬관절탈구·고관전탈구·구강내 질환 등은 보상범위에서 제외된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윤소라 주무관은 “입양하려는 유기견의 질병이력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입양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질병 관련사항이다”며 “서울시가 유기견의 건강상태에 대해 직접 검증을 해 드릴 수 없는 만큼 반려동물 보험지원을 통해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질병에 대해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입양되는 유기견 견종과 나이에 따라 지원하는 보험료는 더 차이가 있다”며 “동물이 더 이상 버림받지 않도록 정책 방향을 잡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의 반응도 높다. 지난해 보험료를 지원한 입양 유기견은 967마리에 달했다. 올해는 지난 5월말 기준 234마리다.
경기도는 올해 반려견의 개물림 사고 등으로 인한 제3자 손해보전과 사회안전망 구축을 목적으로 한 ‘경기 반려동물보험 가입’ 사업을 시작했다. 예산규모는 20억원으로 경기도와 시·군이 절반씩 부담한다. 내장형 칩으로 동물등록을 한 경우 별도 가입절차 없이 자동 보험가입을 지원한다. 반려견 상해치료 지원과 개물림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피해 보상 등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 손해보험협회와 반려동물 관련 8개 보험사와의 간담회에서 각 보험사에서 제안받은 보험 상품 내용을 종합해 ‘경기도형 반려동물 보험’사업 내용을 마련했다. 또한 각 시·군이 입찰을 통해 보험사와 상품을 선정하도록 했다.
경기도 동물보호과 오희성 주무관은 “반려동물 등록제를 안정화하고, 유기동물 발생을 감소시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며 “이 사업은 강제사항이 아니라 시·군 자체적으로 판단해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원금의 일률적 지원이 아니라 반려동물 등록 마리 수 통계를 기준으로 지원하고 있어 시·군별로 지원금에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기도 내 시·군들은 시큰둥한 표정이다. 경기도 A시 관계자는 “반려동물 사고에 대한 책임은 견주가 지는 것이 우선이다”며 “세금으로 지원할 경우 비반려인까지 보험료를 부담시키는 꼴이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31개 시·군 중 반려동물보험 가입 사업에 참여한 곳은 성남, 남양주, 수원, 과천, 화성, 동두천시 등 6곳에 불과하다.
최근 인천시가 ‘반려동물보험 가입 지원’ 문제를 놓고 진행한 온라인 정책담론장 ‘토론 Talk Talk’에선 시민들의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갈렸다. 총 319명이 참여한 투표 결과 찬성 52.7%(168명), 반대 47.3%(151명)로 팽팽했다. ‘토론 Talk Talk’는 시민 일상과 관련된 인천시 정책 중 시민의견 수렴이 필요한 의제에 대해 논의하는 온라인 정책담론장이다.
찬성 시민들은 “병원 한번 갈 때마다 4~5만원 기본인데 저소득층에겐 큰 부담이 된다”, “적어도 질병으로 인한 유기는 막을 수 있다”,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아프면 병원비 때문에 유기하는 반려인들이 너무 많다. 보험가입지원 찬성한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반면 반대 시민들은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을 전 시민에게 부과하는 것은 세금 낭비다”, “개인취미생활인데 지원은 안 된다”, “그 세금으로 차라리 무분별한 동물 입양을 막아달라”,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만 혜택을 본다” 등을 지적했다.
인천시 농축산유통과 김일연 주무관은 “이번 조사는 시민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한 것일 뿐 사업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반려동물 인구가 많지만 시 예산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심도있는 논의와 숙의과정을 거쳐 진행돼야 하는 사업이다”고 밝혔다.
체계가 잡히지 않은 동물의료, 유기동물의 지속적인 증가, 개물림 등 개인간 분쟁 확산 등 우리사회가 풀어가야 할 문제를 이제는 사회적 어젠다로 올려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동물권단체 관계자는 “반려동물 가구가 증가할수록 현재와 같은 진료시스템과 동물관리시스템 하에선 사회적 문제와 갈등이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해결책과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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