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논란이 일고 있는 아쿠아리움의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동물권단체의 주장에 대해 동물학계·산업계가 ‘비과학적인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동물권단체를 향해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를 주장하는 전형적인 단체’라는 비판까지 내놓으며 강경한 분위기다. ‘동물권’에 대한 해석과 이해다툼으로 매번 충돌을 빚어 온 양측이 이번에는 ‘돌고래’를 매개체도 재충돌한 모양새다.
돌고래 학대논란은 최근 ‘거제씨월드’가 큰돌고래와 벨루가 등에 올라타 수영장을 도는 ‘VIP 라이드 체험’ 행사를 진행한데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있던 벨루가(Beluga, 흰고래) 한 마리가 폐사한 것을 계기로 불거졌다. 생명체인 벨루가와 돌고래를 서핑보드 같은 오락거리로 이용할 뿐 아니라 최대 수심 700m까지 잠수하는 돌고래를 좁은 수족관에 가둬두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이 높은 상황이다.
“벨루가 방류주장은 선동적, 관찰결과 아냐” 동물권단체 비판
카라·어웨어·동물해방물결 등 동물권단체와 여수환경운동연합·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등 시민환경단체들은 지난달 24일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아쿠아플라넷의 벨루가 사육 중단과 생존 벨루가 두 마리의 방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10년간 국내 고래류 수족관에서 죽은 고래류는 전체 사육 개체의 50%에 이른다”며 “모든 수족관에서 고래류 폐사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사육 자체가 잘못됐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권단체에 따르면,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벨루가 3마리 중 수컷 ‘루이’가 지난달 20일 폐사했고, 이틀 뒤인 22일에는 울산 장생포고래박물관의 큰돌고래 18살 ‘고아롱’이 폐사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경우 2014년 10월 3마리의 벨루가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들어온 이후 2016년 추정 나이 5살의 벨로가 1마리가 패혈증으로 폐사한데 이어 2019년 10월 12살 벨루가 1마리가 폐사했다. 야생에서 벨루가 수명은 짧게는 35년, 길게는 80년까지 산다고 알려져 있다.
동물권·시민환경단체들은 한화그룹·롯데월드는 물론 울산시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벨루가 방류절차 진행과 원서식처로 돌려보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들 단체들은 울산남구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살아있는 돌고래들을 수입해 들여와 쇼를 시켜온 것은 과거 정책결정자들의 잘못된 결정 때문”이라며 “울산이 장기적인 안목과 동물권 존중의 마음, 공존의 자세로 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내는 결단을 즉시 내릴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계·동물산업계는 ‘돌고래를 자기가 살 수 있는 곳에서 살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돌고래 포획 전과 포획된 돌고래를 다시 풀어주는 문제는 다르다’며 동물권단체의 방류 주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수족관에 갇힌 동물의 야생 방류 주장이 국민들에 호소력 있을지 몰라도 실제 방류된 돌고래는 심각한 생존위협을 받는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동물행동학 전문가는 “벨루가를 풀어주는 것이 매우 이상한 것”이라며 “위키사전만 봐도 벨루가 사냥이 생각보다 많은 수의 벨루가를 죽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벨루가를 하나 살려 보내는 것은 다른 건강한 개체가 사냥 당하게 하는 것이어서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 전문가는 “영화 '프리윌리'의 모델인 범고래 '케이코'가 10년 넘게 놀이공원 수조에서 생활하다 2년간 적응훈련 후 방류됐지만 아이슬란드 고향 바다로 돌아간 후 1년 만에 폐렴으로 죽었다”며 “지난 2017년 제주바다에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는 이미 죽은 것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물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방류 주장은 매우 무책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거제씨월드의 돌고래가 ‘동물학대를 받고 있는가’라는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고려사항”이라며 “하지만 벨루가를 풀어주라는 사람들은 ‘동물학대’를 자기가 결정하듯 말하고 있을 뿐 관찰결과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동물행동학 전문가는 돌고래가 과연 학대를 받으면서 공연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돌고래 훈련은 철저한 긍정강화 훈련”이라며 “돌고래를 때릴 경우나 학대할 경우 돌고래는 두려움 속에서 아예 물에 가라앉아 버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돌고래를 훈련시킨다고 하지만 돌고래는 훈련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놀이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놀이하는 것은 환경풍부화 차원에서 오히려 바람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물권단체 “고래류 폐사 계속될 것…즉각 방류절차 진행해야”
그는 동물권단체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놨다. “일부 동물활동가들은 동물행동학을 잘 아는 전문가 주장에는 관심이 없고 선동적인 주장에 치우쳐 있다”며 “모든 아젠다 보다 동물이 중요하고 동물에게 권리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애초에 돌고래를 잡지 말았어야 한다는 동물보호가들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나머지 대안은 철저한 과학적인 관찰이 아니라 자신들의 머릿속에서 만든 개념일 뿐”이라며 “동물복지와 동물권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산업계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 펫관련 기업 관계자는 “동물권 주장은 결국은 동물이 사람과 같다는 주장을 가정하고 만들어진 주장”이라며 “실제로 이들은 동물이 사람과 다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것이 동물을 사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아픔과 고통을 경멸하는 것”이라며 “동물이 학대를 당한다는 것을 사람과 빗댄 페타의 전시회는 유럽에서 금지됐고 오히려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동물권’을 성역으로 만들어 온 동물권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집중 공격으로 인해 그동안 많은 동물 관련 연구자들과 산업계 인사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동물복지에 위배되는 동물권 문제점에 대해 사안마다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피력했다.
반면 동물권단체들은 한화그룹·울산시 등을 상대로 벨루가 야생방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동물권단체 관계자는 “사육 시설에서 고래류 폐사는 매년 여러차례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시설에 남아 있는 30마리의 고래류 역시 앞으로 계속 폐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바다에서 하루 160km를 이동할 수 있는 돌고래에게 수족관은 감옥이자 학대”라며 “국내 수족관에서 폐사한 돌고래들의 평균 수명은 4년 23일로, 야생돌고래 수명의 약 10%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돌고래를 방류했고 7마리의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방류시켜 결국 9마리가 늘어나는 성공을 거뒀다”고 말하고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들의 협력을 통해 치밀한 준비를 한다면 벨루가 방류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거제지역시민단체 관계자는 “벨루가는 최대 수심 700m까지 깊은 수심으로 잠수하는 습성이 있다”며 “하지만 수족관 수심은 자연 서식환경의 100분의 1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관람객들의 환호성과 박수로 지속적인 소음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리적 문제를 넘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수공통전염 위험성이 높아져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동물을 접촉하는 상업적 행위가 제재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동물을 사랑하는 만큼 동물에 대해 가능하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하지만 무엇이 최선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고,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에 대해서는 더더욱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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