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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어렵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자주 듣던 말이지만 최근에는 그 빈도가 유독 잦다. 정부 정책의 부작용과 코로나 사태 등으로 국민의 삶은 날로 팍팍해져가고 있다. 청운의 꿈을 꾸는 청년들도 예외는 아니다. 노력만으로는 윤택한 삶은커녕 평범한 삶조차 꿈꾸기 어렵고 부모의 도움 없인 내 집 마련은 하늘에 별 따기나 다름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다는 뜻)’까지 시도하며 위험한 돈벌이에 나서는 청년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평범하게 살아서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다는 위기감에 위험한 투자를 일삼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그 중에는 있는 돈, 없는 돈 끌어 모아 투자에 나섰다가 수익은커녕 더욱 손해를 입어 나락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위험한 돈벌이에는 절망적 현실이 반영돼 있다며 정부 주도의 사회구조 변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의 주제로 ‘청년들의 위험한 도박 영끌’로 선정하고 주식, 부동산, 명품리셀링 등으로 나눠 세 편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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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조성우 차장|허경진·김찬주·박선형 기자] 최근 정부 부동산규제 부작용으로 집값이 상승하고 경기마처 크게 침체되면서 청년층 사이에선 평범하게 살아서는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청년층은 ‘한방’ 없이는 인생을 살아가기 어렵다고 인식하고 일확천금을 노리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큰 노력 없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불나방처럼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일부는 빚까지 내가며 주식투자에 몰입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젊은 층의 이러한 행태는 자칫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부르고 끝내 인생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상황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불나방 주식투자 일삼는 청년들… 종잣돈 털고 빚까지 냈지만 ‘결국 마이너스’
금융투자협회 및 삼성증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식신규계좌 개설 고객 중 20대(26.5%)와 30대(26.0%)가 전체의 52.5%를 차지했다. 주식투자자 2명 가운데 1명은 2030세대라는 의미다. 실제 주변에서는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청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서로 종목을 논의하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러나 일시적으론 수익을 올릴 순 있겠으나 결과론적으로 돈을 버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막대한 손해로 희망마저 찾아볼 수 없는 2030세대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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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 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전라북도 익산시에 거주하는 고민성 씨(35·가명)는 정부의 각종 부동산정책 부작용으로 평범하게 살아서는 전셋집 하나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에 20대 초반부터 모은 전 재산 55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고 씨는 “어릴 때부터 작은 회사에 다니면서 차곡차곡 모아 결혼 전에 전셋집 하나 얻으려고 했는데 뉴스를 보면 전세 매물이 거의 없고 너무 비싸졌다고 하더라”며 “대기업도 아니고 작은 회사를 다니면서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요즘 주식시장이 강세라는 주변의 말을 듣고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모은 전 재산을 주식투자에 밀어넣었음에도 고 씨의 수익률은 10월 중순 기준 -12%를 기록 중이다. 본전은커녕 오히려 손해만 입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고 씨는 “주식을 왜 했을까 후회하면서도 돈을 잃은 상황에서 지금 손절하기에도 너무 아까운 것이 많아 속절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다”며 “개미지옥 같은데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어 하루하루 초조하다”고 하소연했다.
주식투자에 뛰어든 취준생(취업준비생)도 있다. 지난해 수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현후 씨(27)는 낮에는 취업준비를, 저녁엔 자전거를 이용한 배달대행 아르바이트(알바)를 하며 생활하고 있다. 높은 취업 장벽을 넘기 위해 공부에 집중해야 하지만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 싫어 공부와 알바를 병행하는 것이다.
김 씨는 “지금 예금·적금 넣으면 이자가 거의 마이너스 수준이다. 차곡차곡 저축할 필요가 없다”며 “물가는 쭉쭉 오르는데 현금을 차곡차곡 쌓는다고 돈 절대 안 모인다. 오히려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다닐 때 매일 알바하면서 지금까지 모은 돈이 500만원 정도 있었는데 주변에서 요즘 주식(투자) 안 하면 바보라고 하길래 주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며 “올해 2월에 비대면 증권계좌를 만들어 3월부터 주식을 시작했다. 매일 단타매매를 했더니 2주 만에 40만원, 1주 후에 최대 65만원까지 빠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은 돈을 더 넣은 상황인데 어렵게 모은 돈을 너무 쉽게 잃으니까 힘이 빠진다”고 푸념했다.
절망의 현실 속 섣부른 판단이 부른 마이너스 인생… “희망 없는 사회가 원인”
주식을 통해 적은 돈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손해를 보게 되는 이유는 섣부른 판단과 부족한 지식 때문이다. ‘주식고수’라 자칭하는 이들은 익명으로 주식 종목을 추천하고 리딩(매수·매도 타이밍을 알려주는 것)을 진행하는데 주식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이들의 이야기에 현혹돼 불확실한 투자를 전개하곤 한다.
고 씨의 경우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요즘 인터넷 카페나 종목토론방에 가면 주식 무료종목추천 오픈채팅방이 많은데 운영자를 대장님, 반장님이라 부르면서 그가 추천해준 종목들을 사고 판다”며 “종목추천 도중에 유료 수익방을 홍보하면서 수익 본 사람들의 사진을 올리는데 그런 사진을 보면 마음이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돈이 물려 있는 상황에서 채팅방을 나가지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계속 머물러 있자니 불안하다”고 답했다.
취준생 김 씨의 경우 주식 투자를 시작한 이후로 제대로 된 생활조차 영위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주식 개장시간부터 장 종료시간까지 계속 호가창만 보고 있어 사실 공부도 잘 안 된다”며 “희한하게 쭉쭉 올라가던 종목들이 내가 사면 금방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불안해서 다시 팔면 또 오른다. 그런 날이면 정말 화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차곡차곡 모아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알바로 모은 돈을 저축만 하자니 돈은 안 모일 것 같고 취업문은 너무 좁다”며 “이렇게 보내다간 금방 서른이 될 것 같아서 두려워 주식에 손을 댔는데 그 이후론 취업 공부도 잘 안되고 일상이 마냥 꼬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의 주식투자 과열 현상의 주된 원인은 ‘희망 없는 사회’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 정책의 부작용으로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경기는 크게 악화돼 취업문이 좁다 보니 결국 2030세대가 탈출구로 주식투자를 선택한다는 진단이다.
정재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날로 악화돼가고 있는 데다 부동산 폭등으로 젊은이들이 집을 사기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적금으로 차곡차곡 모아 언젠간 집 살 수 있겠다는 희망 자체가 없어지다 보니 청년들이 주식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주식투자를 한다면 투자에 대한 확신과 관점이 확립된 상태에서 해야 한다”며 “적어도 처음 시작하는 주식초보가 치열한 공부 없이 투자를 시작하면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기업분석 없는 개별종목 투자나 단타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로 일확천금을 벌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사실상 도박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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