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도입 논의가 한창인 ‘코로나 이익공유제(이하 이익공유제)’를 두고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얻은 반사 이익을 피해 입은 이들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
그러나 여론 안팎에서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당하게 부를 쌓아올리는 행위를 적대시하는 건 사회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리스크 등의 피해 공유 내용은 배제한 채 오로지 이익만 공유하라는 것은 강제적인 부의 재분배를 일삼는 사회주의와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불리한 내용 쏙 뺀 민주당의 이익공유제 홍보…“이익 공유 하려면 리스크도 공유해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는 1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해외의 사례를 들며 이익공유제를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자본주의 선진국인 미국 크라이슬러, 영국 롤스로이스, 일본 도요타 등도 이익공유제 개념으로 유효한 성과를 거뒀다”며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반박했다.
같은 날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미국 보잉사는 협력사와 이익을 30년 간 공유했다”며 사례를 제시했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이 수익뿐만 아니라 위험도 사회적으로 공유했다는 사실은 빼놓은 것으로 드러나 ‘사회주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 눈속임’이라는 지적이 거세게 일었다.
한국법제연구원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요청으로 2017년 발간한 ‘협력이익배분제 해외사례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롤스로이스의 경우 1970년대 새 항공기 엔진 개발 과정에서 비용 10억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세계적 부품사로부터 투자받았다. 해당 파트너십은 향후 발생할 매출액을 투자액에 비례해 나눠주는 게 핵심이었다.
보잉사도 마찬가지였다. 중기부가 2017년 정부 출연기관인 중소기업연구원(중기원)에 의뢰해 펴낸 ‘협력이익배분제 법제화 관련 연구’ 보고서에서 보잉사는 ‘위험 공유 파트너십 계약’ 사례로 열거됐다.
해당 보고서를 쓴 이동주 중기원 부원장은 “보잉사의 사례는 투자 내지는 R&D(연구‧개발) 개념에 가까워 민주당이 말하는 이익공유제와는 결이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이익을 공유하려면 손실도 공유해야 하는데 여당은 손실은 쏙 빼고 이익만 나누자고 한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이 대표가 지난달 14일 서울 영등포의 LG생활건강 가맹점을 찾아 본사가 온라인몰 수익을 가맹점과 나눈 사례를 칭찬한 것을 두고도 “이익 공유를 사후에 계약하는 건 처음 듣는 개념이다”고 일갈했다.
민주당이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추진 중인 세제 특혜, 금융지원 법제화 등을 두고도 전문가들은 생소한 개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박충렬 박사는 “해외 사례는 정부가 유도하지 않아도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참여한 경우다”며 “이익 공유 참여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법제화 한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익공유제에 대한 여론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이익공유제 해외 사례를 왜곡한 적 없다”며 “위험도 당연히 공유하는 것이다”고 해명했다.
“이익공유는 자본주의 근간 흔드는 반헌법 여지 많아…자유와 창의 존중해야”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기업의 비재무적 건전성 평가 요소)를 기업의 이익공유제 참여 독려 발판으로 삼자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반발 여론이 거세다. 정부가 ESG를 이용해 오히려 기업의 강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ESG는 애초에 주관적 평가라서 문제가 적지 않다. 이걸 연기금에 넣는다는 건 사실상 기업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다”며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도 “자발적으로 하자고 하다가 안 되겠니 ESG를 꺼냈는데 이는 사실상 강요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익공유제는 원칙에도 맞지 않고 실효성 없는 희망고문, 편가르기만 부추길 뿐이다”며 “이익의 공유는 (도의적 책임에 따른) 상부상조의 개념이지 정책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은 정부 집합금지 명령 등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맞춤형으로 손실을 보상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범여권 내에서도 회의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13일 “지금은 (정부가) 기업의 선의의 뒤에 숨는 후원자를 자처할 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자발적 참여는 실효성의 담보가 안 된다”며 “관제 기부 위험도 있고 이익 또는 손실 산정도 형평성 시비 논란이 커질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야권에선 좀 더 수위 높은 발언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위험 공유를 배제한 이익공유제는 결국 정부에 의한 강제적 부의 배분, 즉 사회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익공유제는 사회주의를 연상케 하는 반시장적 발상이다”며 “경제 주체의 팔을 비틀어 이익까지 환수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익공유제에 대해 “의도는 좋다”면서도 “문제는 정부가 위헌적 일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심판이 아닌 선수까지 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헌법은 9장 119조에서 “대한민국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며 시장경제 체제임을 못 박고 있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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