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저금리 여파와 부동산 시세 상승 등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는 역사적인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평소에 주식에 관심을 가지지 않던 이들도 주식 투자에 참여하면서 투자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유례없는 증시 호황에 향후 주식시장 성장과 투자수익 확대 등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 보다 높지만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반응이다. 특정 종목을 향한 ‘쏠림 현상’ 심화와 이에 따른 종목 간 양극화 현상 등이 대표적이다. 코스피 대형주는 승승장구 하는 반면 코스피 소형주와 코스닥은 소외되는 형국이다.
코스피 3000시대의 그늘…중소·벤처기업 자금조달 시장 코스닥은 제자리만 맴맴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3120.63로 올해 들어 8.6% 올랐다.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에 힘입어 지난달 7일 3000선을 돌파한 뒤 3100(1월 8일), 3200(1월 25일)까지 뚫으며 거침없이 치솟았다. 이후 잠시 조정기간을 거치며 2900대로 떨어졌지만 이내 바로 회복해 3100선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감소했다. 새해 968.42로 출발한 코스닥지수는 지난 5일 기준 967.42를 기록했다. 지난달 25일 999.30로 1000선에 바짝 근접했지만 이후 기관·외국인투자자의 집중 매도세에 곤두박질치며 작년 연말 수준으로 급감했다.
코스닥은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미국의 나스닥을 벤치마킹해 만든 국내 제2증권시장이다. 대·중견기업으로 구성된 코스피와 반대로 코스닥은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코스피에 속해있는 셀트리온,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도 코스닥 출신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1468곳 중 벤처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은 625곳(42.6%)에 달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보단 대기업들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코스피시장의 시가총액은 5일 기준 2154조원으로 올해 들어 173조원 늘어났다. 개인 투자자의 투자금이 주로 코스피로 향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이후 기관·외국인투자자가 각각 19조원, 5조원 순매도한 반면 개인투자자는 23조원 순매수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386조원에서 389조원으로 3조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도 3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의 전체 순매수 규모가 27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거의 85% 정도가 코스피로 몰린 셈이다. 전년 같은 기간 전체 개인투자자 순매수 금액(5조7000억원) 중 코스피 규모는 77%(4조4000억원) 정도였다. 코스피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매수 비중은 1년 사이 8%p 가량 올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개인투자자 하면 중·소형주나 코스닥의 작은 종목 등에 투자하는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며 “그간 미국 증시에서 대형주를 사도 수익을 충분히 낼 수 있다는 학습효과와 함께 투기성 자금보다는 투자성 자금의 경향이 강해지면서 작년부터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스피 대형주의 비대화는 심화됐다. 5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시총) 중 상위 10개 기업의 시총 비율은 47.9%(103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 5일(44.3%)과 비교해 3.6%p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달 11일에는 49.8%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상위 50개 기업을 적용했을 땐 무려 71.4%(1539조원)다. 코스피 상장사가 803개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다.
반대로 코스피 중소형주들의 규모는 작아졌다. ‘코스피 중형주’(시총 101위~300위)의 시총 비율은 10.7%(230조원), ‘코스피 소형주’(300위 이하)의 비율은 4.1%(88조원)에 각각 불과했다. 상승률에서도 차이가 났다. 올해 들어 코스피 대형주(1~100위)가 9.1% 증가한 것과 달리 중·소형주는 각각 6.5%, 4.8% 등으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코스피 상승률(8.6%)에 못 미치는 수치다.
이경민 연구원은 “글로벌 트렌드나 국내 주식 시장 이슈가 삼성전자, 기아차 등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투자금 역시 대형주로 몰리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를 통해 대형주에 투자해도 꾸준한 수익이 난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대형주 선호 현상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닥·중소기업 자금유치 어려워 은행 노크…코스피·대기업 발생 주식마다 ‘잭팟’
시총을 넘어 실적에서도 코스피와 코스닥 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598곳(금융업 제외)의 지난 3분기(개별 기준) 누적 순이익은 41조1590억원으로 전년(40조6595억원) 대비 1.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장사 1199곳의 순이익은 전년(5조1091억원)보다 7.12% 줄어든 4조7455억원이었다.
코스피 대형주의 실적이 압도적이었다. 5일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8조162억원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의 순이익을 합친 금액(45조9045억원)의 39.2%에 달했다. 또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사 중 180곳(26.2%)만이 적자를 기록한 반면 코스닥에선 무려 439곳(36.61%)이나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전년에 이어 적자를 지속한 상장사는 무려 245곳(20.43%)이나 됐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국내 증시는 호황을 맞이했지만 코스닥 상장사는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작년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 발행 실적(기업공개·유상증자)은 3조5595억원으로 전년(3조892억원) 대비 15.2% 오르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사가 2조1095억원에서 6조3580억원으로 201.3%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주식발행 실적은 전년(2조8399)보다 58.8% 오른 4조5084억원이었다. 다만 대기업의 주식발행 실적이 전년 대비 158.7%로 크게 늘면서 총 주식 자금 조달금액 중 중소기업의 비중은 1년 사이 53.4%에서 41.3%로 감소했다.
주식 호황 시기의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한 중소기업은 직접금융보단 은행 대출을 통한 간접금융에 의존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의 기업대출 가운데(976조4000억원) 중소기업 대출은 804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87조9000억원)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은 역대 최대치다.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간접금융을 통한 과도한 금융비용 부담이 중소기업의 성장과 실적 개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만큼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자금 조달 채널과 과도한 금융비용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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