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2.6º
미세먼지 좋음
강릉 15.2º
미세먼지 보통
)
중소·벤처기업들의 요람으로 여겨지는 코넥스 시장이 위기에 빠졌다. ‘삼천피’, ‘천스닥’ 등 올해 풍년을 보낸 코스피·코스닥시장과 달리 코넥스는 투자자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으며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코넥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기업들은 코스닥으로 이탈했고 코넥스로 새롭게 진입한 상장 기업들의 수도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이는 코넥스를 거치지 않아도 코스닥에 상장하기 쉬워진데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고가의 기본예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또한 ‘4부리그’에 해당하는 장외시장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점도 코넥스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렸다. 업계에선 기본예탁금 제도를 폐지하고 지정자문인 수수료를 축소해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신규 상장 기업 7곳에 불과… 2017년부터 하향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6일 현재 코넥스 전체 시가총액은 총 5조15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 4일(5조8118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1.2% 줄어든 규모다. 같은 기간 코스피·코스닥의 시총이 각각 2.3%, 3.0% 오른 것을 감안하면 부진의 정도는 상당했다. 거래 자체도 쪼그라들었다. 코넥스의 이달 일평균거래대금은 46억원으로 작년 말(107억원)보다 57.0%나 감소했다.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규모 역시 116억원에서 65억원으로 44.0% 줄었다.
올해 코넥스 시장이 부진을 겪은 이유는 투자 매력도가 높았던 대형주들이 코스닥으로 대거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이전상장을 한 코넥스 기업은 △원바이오젠 △피엔에이치테크 △씨이랩 △라온테크 △휴럼 △에브리봇 △엠로 △에이비온 △에스앤디 △툴젠 △래몽래인 △애드바이오텍 등 12개에 달했다. 이 중 툴젠은 ‘유전자 가위’라 불리는 유전자 교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이전상장 전날(12월9일)까지 전체 시총에서 12.8%를 차지한 대장주였다.
국내 주식시장 ‘3부리그’에 해당하는 코넥스 시장은 중소·벤처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2013년 개설됐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혁신기업들을 지원하고, 개인투자자들에게는 투자 기회를 열어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출발했다.
출발은 좋았다. 개설 당시 신규 상장 기업 수는 45개에 달했다. 이후 2014년 34개, 2015년 49개, 2016년 50개 등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곧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2017년 29개를 시작으로 2018년 21개, 2019년 17개, 2020년 12개 등으로 크게 줄었다.
 |
|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
개설 8년차를 맞이한 코넥스에서 기업공개(IPO) 열풍은 상당히 가라앉은 상태다. 올해 코넥스 시장 신규 상장 기업은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해 △이성씨엔아이 △타임기술 △토마토시스템 △젬 △켈스 △제이엠멀티 △예스피치 등 7곳뿐이다. 26일 현재 코넥스 상장 기업 수는 132곳으로 지난해 말(143곳)과 비교해 11곳 줄었다. 2017년 154곳에서 2018년 153곳, 2019년 151곳 등으로 매년 감소세다.
업계에서는 코스닥 상장 문턱이 낮아진 점을 코넥스 부진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코스닥 진입 요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중소·벤처기업들이 코넥스라는 ‘징검다리’를 밟지 않고 코스닥에 곧바로 상장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앞서 2017년 한국거래소는 기존 기술특례상장에 이어 △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테슬라 요건 상장) △성장성 특례상장 등 새로운 특례상장 제도를 도입했다. 적자 기업이라도 하더라도 시총 500억원, 자기자본 10억원 등 일정 요건에 부합하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제도였다. 효과는 엄청났다.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 수는 △2017년 99곳 △2018년 101곳 △2019년 108곳 △2020년 103곳 △2021년 105곳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수급 기반 확대 위해 ‘기본 예탁금 3000만원’ 폐지해야”
침체된 코넥스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개인투자자에게 적용하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기본예탁금 제도에 관한 규제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기본예탁금은 코넥스 상장주식을 매수하려는 투자자가 예탁해야 하는 금액을 말한다. 문제는 예탁금 기준이 높아 개인투자자들이 코넥스 상장기업에 소액으로 투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예탁금 3000만원 이상을 마련하거나 코넥스 소액투자전용계좌를 따로 만들어야만 코넥스 상장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소액투자전용계좌의 투자 한도는 3000만원이다. 코넥스에는 신생 기업들이 많아 투자 위험이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금력을 갖춘 사람만 투자를 허용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규제다.
또한 지정자문인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정지정자문인 제도는 증권사가 특정 기업에게 자본시장 법규와 관련해 자문·조언·지도, 공시 및 신고 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기업들은 지정자문인 자격을 갖춘 증권사 1곳과 지정자문인 선임계약을 체결해야만 코넥스에 상장할 수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지정자문인 수수료로 인해 기업들은 코넥스 상장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
|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
금융당국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앞서 10월 말 한국거래소는 ‘코넥스시장의 성공적인 재도약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학계, 투자은행(IB), 벤처캐피탈(VC), 자본시장연구원 등 관계자들은 신규 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기본예탁금과 상장하는데 부담을 주는 지정자문인에 대해 지적했다.
당시 패널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코넥스 시장 수급 기반 확대를 위해 ‘기본 예탁금 3000만원’과 같은 진입장벽을 폐지해야 한다”며 “지정 자문인 부담 완화를 위한 투자자(LP)·공시 의무 기간 단축은 매우 바람직하며 규모가 작고 업력이 짧은 코넥스 기업의 특성을 감안해 회계 부담 완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벤처캐피탈(VC) 등 모험자본 입장에서는 코넥스 기업에 대한 코스닥 이전상장 부담 완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재무실적이나 시가총액이 작은 초기 기업은 코스닥 상장 전에 코넥스 상장을 통해 성장하고 검증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코넥스 상장 부담을 완화하고 투자자의 거래 불편도 해소하는 한편 코넥스 상장사에 더 나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코넥스 시장이 초기 중소기업 성장의 요람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제도개선 추진… 구체적 방안 미지수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고 해도 코넥스의 투자 열기가 다시 뜨거워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K-OTC나 비상장주식 플랫폼에서 상장하지 않은 유망 기업들의 주식을 거래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유망한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4부리그’격인 장외시장에게 빼앗긴 셈이다.
제도권 장외시장인 K-OTC의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35억원으로 코넥스(46억원)보다 조금 적었다. 24일까지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은 56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38커뮤니케이션’,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 비상장’ 등 사설 플랫폼까지 포함하면 장외시장의 거래규모는 코넥스를 능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KB증권·신한금융투자·DB금융투자·이베스트투자증권·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비상장 관련 기업들의 리포트를 다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최근 ‘2022년 업무계획’을 통해 코넥스시장이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및 성장사다리로서 기능을 회복하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코넥스 기업의 코스닥 이전상장 제도를 대폭 개선하고 기업들의 상장유지 부담 완화를 통해 신규상장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한 3000만원 이상의 기본예탁금 규제 합리화 등 코넥스 투자 진입장벽 완화를 통해 투자자 편의를 제고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코스닥 상장요건 완화, K-OTC 등 장외시장 활성화에 따라 다양한 도전에 직면한 코넥스시장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지정자문인 부담 완화, 기본예탁금 폐지와 함께 분산 확대가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코넥스기업이 코스닥으로 쉽게 이전할 수 있도록 이전상장 요건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