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투자 대세로 떠오른 ETF… 증권사 상품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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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갈아타기 시행 후 증권 연금 ‘실적배당형’ 관심 커져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19 13:34:37

▲ 19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퇴직연금 갈아타기 시행으로 퇴직연금 내 상장지수펀드(ETF) 매매가 활발해지면서 증권사가 퇴직연금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봤다. 연합뉴스

퇴직연금 갈아타기 시행으로 퇴직연금 내 상장지수펀드(ETF) 매매가 활발해지면서 증권사가 퇴직연금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고용노동부 등은 10월 말 ‘퇴직연금 실물 이전(현물이전)’ 서비스를 시행했다. 이는 가입자가 기존에 퇴직연금으로 투자하고 있던 상품을 매도·해지하지 않고 사업자(은행·증권·보험)를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전에는 현재 퇴직연금 자산을 다른 회사로 옮기려면 중도 해지해 현금화한 뒤 다시 가입해 금융사를 갈아타는 경우는 드물었다.

금융업계에서는 갈아타기 시행으로 증권사로의 퇴직연금 갈아타기가 늘어나 퇴직연금 시장 강자가 은행에서 증권사로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저금리 기조 및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실질 금리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서 벗어나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원리금 보장형을 주력으로 삼고 증권사는 실적배당형을 주력으로 한다.

증권사의 퇴직연금 성장을 이끄는 것은 ETF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 주요 증권사의 퇴직연금 계좌 내 ETF 보유액은 총 13조3672억 원이다. 작년 말 7조5089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1년도 채 되지 않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증권사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선택한 상품을 분석해 보면 대표 지수형·채권형 ETF가 대부분이었다. 9월 말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잔고를 보면 미국 대표 지수에 투자하는 ‘TIGER 미국S&P500 ETF’가 1위였다. ‘TIGER 25-10 회사채(A+이상) 액티브 ETF’가 2위를 차지했다. 과거 펀드 투자는 다소 공격적이라는 의견이 있었지 국내 ETF 시장 성장으로 낮은 리스크로 안정적 수익을 제공하는 채권·금리형 등 다양한 ETF들이 등장하면서 시선은 바뀌었다. 현재 국내 상장된 총 ETF 수는 911개다. 가입자들은 투자성향에 맞게 상품을 선택하고 있다.

실적배당형 상품 중에서도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ETF는 인기를 끌고 있다. 투자자들이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고 투자 전략을 즉각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ETF는 높은 환금성으로 시장 변동성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어 퇴직연금 자산 운용에 더욱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의 퇴직연금에서도 ETF 거래가 활발하다. 2021년 말부터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퇴직연금 내 ETF 매매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2023년부터는 교보생명·삼성생명 등 보험사도 ETF 거래를 도입했다. 2021년 말 2123억 원 수준이던 은행 퇴직연금 내 ETF 규모는 2022년 말 4089억 원·2023년 말 1조1668억 원·올 9월 말 2조9089억 원까지 빠르게 증가했다.

다만 은행은 증권사와 달리 퇴직연금에서 모든 ETF를 매매할 수는 없다. 내부 기준에 따라 선별된 ETF만을 제공하고 있다. 도입 시점과 내부 지침에 따라 제공되는 ETF 라인업의 종류와 개수도 상이하다. 10월 말 현재 가장 풍부한 라인업을 보유한 은행은 170여 개 수준으로 대부분 자산과 테마 ETF에 투자할 수 있지만 일부 은행은 70여 개 수준으로 그친다.

은행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선택한 주요 상품으로는 미국 대표 500개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미국S&P500’ ETF가 1위를 차지했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 ETF’ ‘TIGER 미국나스닥100 ETF’ ‘TIGER 미국테크TOP10 ETF’ 등 미국 주요 지수 및 빅테크 성장주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뒤를 이었다. 이 상품들은 9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최소 29.4%에서 최대 51.9%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은행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단 실시간 ETF 거래가 가능한 증권사와는 달리 대부분의 은행에서는 매수·매도 주문이 당일 장중 또는 종가에 처리되며 실시간 가격 확인이 어렵다는 점에는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은행 퇴직연금에서 ETF를 매매하는 투자자들은 AUM이 크고 거래량이 많은 ETF를 선택해 매매 시 괴리율이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TF가 연금 시장의 키플레이어로 자리 잡으면서 은행권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놓치지 않기 위한 전략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금리 변동성 확대와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 등 다양한 시장 환경 요인으로 인해 ETF는 연금 자산 운용에서 점차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ETF가 연금 자산 운용의 필수적인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은행들의 전략적 대응은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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