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 금리, 14년 만에 5% 진입… 회사채 시장 냉각 ‘풍선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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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없이 신용 발행 가능
CD와 금리 격차, 1%p 이상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10 11:16:33

▲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업어음(CP) 91일 만기 금리는 5.02%로 금융위기였던 2009년 1월14일(5.17%)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5%를 넘어섰다. ⓒ스카이데일리

기업의 자금조달 여력이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어음(CP)의 금리는 14년 만에 5%에 진입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담보 없이 신용으로 발행되는 CP로 기업들이 대거 몰린 탓이다. 은행의 신용을 나타내는 양도성예금금리(CD)와의 금리 격차도 1%p 이상 확대됐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신용등급 A1 기준 CP 91일 만기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4%p 오른 5.02%에 마감했다. 9월21일(3.13%) 이후 33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CP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1월14일(5.17%) 이후 13년 10개월 만이다. 올해 1월3일 1.55%에 불과했던 걸 감안하면 엄청난 상승세다.

CD 91일물 금리는 전날 3.97%로 CP보다 1.05%p 높았다. 이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우려된 2020년 4월9일(1.05%p) 이후 최대 격차(스프레드)다. CP와 CD 금리는 기업과 은행이 자금 조달을 하기 위해 필요한 신용도 수준을 나타낸다. CP와 CD 금리 스프레드가 커졌다는 것은 기업의 신용 위험이 은행보다 악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신용위험이 은행보다 높은 것은 당연하지만 CP-CD 스프레드는 최근 유독 빠르게 커지고 있다. 연초 0.25%p 수준이던 CP-CD 스프레드는 내내 0.10∼0.20%p 수준을 유지했고 9월 말에는 0.03%p로 연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달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이 확산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CP-CD 스프레드는 지난달 25일 0.52%p, 27일 0.61%p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1일 0.70%p, 3일 0.87%p, 4일 0.91%p로 확대됐다.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CP 발행시장으로 대거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발행절차가 복잡하지 않고 금리와 만기를 쉽게 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기업들이 CP를 찾는 데 영향을 미쳤다.

최상위 신용등급인 기업도 5% 이상 CP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SK그룹은 10일 3년 만기 및 5년 만기 CP를 각각 1000억 원씩 발행하기로 했다. CP 금리는 각각 5.629%(3년), 5.745%(5년)다. SK가 만기 1년 이상 장기 CP를 발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요 외에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이 급감한 것도 CP-CD 스프레드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MMF는 CP의 주요 자금 출처로 환금성을 높이기 위해 만기가 짧은 CP 등 단기물을 주로 담는다.

7일 개인 MMF 설정액은 15조9885억 원으로 금투협이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7일 설정액(17조4375억 원)과 비교하면 한 달 새 1조4490억 원이 빠져나갔다. 자금 경색 이슈가 불거지고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높아지면서 MMF 자금이 은행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이슈로 신용시장 불안심리가 재차 부각됐지만 시중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상환자금을 마련해 예정대로 신종자본증권 상환이 이뤄질 예정이다”며 “최근 금융당국의 시장안정 의지는 강한 편이지만 여전히 신용시장 불안 심리는 쉽게 완화되지 않고 있고 경기 하방압력이 높아지고 있으며 글로벌 긴축 우려가 상존하고 있어 CP 3개월물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안정화 방안에도 투자심리 개선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금융당국의 안정화 방안 효과는 과거 2008년이나 2020년 대비 미약할 것이다”며 “현재 크레딧 스프레드는 매력적인 수준이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것이며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다양한 이벤트 발생 가능성을 감안해 투자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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