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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식품업계 가격 안정세
오뚜기가 쏜 ‘가격 인하’ 신호탄… 식품 가격 안정화 조짐
오뚜기, ‘진짜쫄면’ 편의점 가격 인하… CU도 커피 가격 인하
가공식품 업계 가격 인상 효과… 오뚜기·농심 등 매출 3조 원 돌파
세계식량지수·해운 운임 지수 등 하락세… “가격 인하는 긍정적 신호”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4-11 14:30:55
▲최근 식품 업체들의 가격 인상 릴레이가 이어진 가운데 오뚜기가 가격 인하를 선언하며 식품 가격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식품 업체들의 가격 인상 릴레이가 이어진 가운데 오뚜기가 가격 인하를 선언하며 식품 가격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단일 품목에 한정돼 있기는 하지만 가격 인하가 있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신호라는 평가다. 식품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이던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이 둔화되는 추세이며 정부가 물가 단속에 나선 만큼 식품 가격 상승세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고 있다.
 
가격 인상 추세 역행한 가격 인하… 소비자 친화 ‘갓뚜기’ 부활 기대
 
오뚜기는 1일부터 ‘진짜쫄면’의 편의점 판매 가격을 10.5% 낮췄다고 밝혔다. 실제로 진짜쫄면 봉지면 낱개 가격이 1900원에서 1700원으로 내렸고 4개입 제품은 7600원에서 6800원으로 인하됐다. 오뚜기는 여름철 비빔면 성수기를 앞둔 가격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여름에 판매량이 증가하는 비빔면·쫄면 등은 팔도 비빔면과 배홍동 비빔면을 보유한 팔도가 60%에 달하는 점유율 1위이며, 농심과 오뚜기가 2위 싸움 중이다.
 
한때 오뚜기는 소비자 친화적인 가격 정책으로 사랑받으며 ‘갓뚜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런 오뚜기도 2021년 8월 13년 만에 라면 가격을 올린 이후 2022년 10월에 다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오뚜기는 가격 인상의 이유로 원자재값 상승과 고환율 등에 의한 제반 비용이 급증을 꼽았다. 
 
오뚜기 공시 자료에 따르면 대두유 평균 매입 단가는 2020년 t당 721달러에서 2021년 1250달러로 올랐고 2022년에는 1638달러로 올랐다. 팜유 가격 역시 2020년 t당 602달러에서 2021년 1089달러, 지난해에는 1238달러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오뚜기의 연 매출원가는 2020년 2조1335억 원에서 2021년 2조2974억 원으로, 2022년에는 2조6824억 원으로 올랐고 결국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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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가 '진짜쫄면'의 가격을 인하했다. (오뚜기 제공)
 
오뚜기의 가격 인상은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오뚜기의 매출은 2020년 2조5958억 원에서 2021년 2조7390억 원, 2022년 3조1833억 원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영업이익은 2020년 1984억 원에서 2021년 1665억 원으로 내렸으나 2022년에는 다시 1856억 원으로 상승했다.
 
가격 인상의 덕을 본 것은 오뚜기뿐만이 아니다. 농심은 2021년 8월 라면 제품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스낵 가격을 인상했고 9월에는 스낵과 라면 가격을 또다시 인상했다. 농심은 지난해 연결 기준 전년 대비 17.5% 증가한 매출 3조1291억 원을 기록해 역대 최초로 매출 3조 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5.7% 증가한 1122억 원이었다.
 
삼양식품은 2021년 9월 불닭볶음면 등 주력 브랜드의 가격을 6.9% 인상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 11월에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제품 19종의 가격을 올렸다. 그 결과 삼양식품의 2022년 매출은 연결 기준 9090억 원으로 전년(6420억 원) 대비 41.5%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2021년 653억 원에서 2022년 903억 원으로 약 38.2% 증가했다.
 
그러나 가공식품 업체들이 연이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물가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통계청 KOSIS 자료에 따르면 가공식품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 3월 이후 24개월 연속으로 상승했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10%대를 넘어섰다가 3월에는 9.1%로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뚜기가 한 품목에 불과하지만 가격 인하를 단행하면서 가공식품 가격 인하에 대한 기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오뚜기는 다른 품목에 대해서는 가격 인하를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오뚜기가 진짜쫄면의 가격을 인하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며 “다만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하는 다소비 품목의 경우에도 적극적인 가격 인하를 시행하는 것이 소비자와 상생하는 길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 가격 인상 자제 요청… 식품업계 가격 안정화 조짐
 
정부는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식품 업체들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한국식품산업협회 회의실에서 식품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식품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정 장관은 “최근 식품 물가를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서민이 직접 몸으로 느끼는 식품 물가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정부와 식품업계가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올해 상반기 중에는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최대한 물가 안정을 위해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대표들도 물가 안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국제 곡물 가격이 지난해 5~6월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가공식품 물가는 지난해 12월부터 10.3%대의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월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10.4%로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4월 이후 최고치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식량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159.7까지 올랐던 식량가격지수는 올해 2월까지 지속 하락하며 11개월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다. 가공식품의 주요 원료인 곡물 가격을 살펴보면 지난해 5월 173.5로 최고치였던 곡물가격지수가 올해 2월에는 147.3까지 내렸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다만 2021년과 비교해보면 2월 기준 129.8인 세계식량가격지수는 2021년 평균인 125.7보다 높은 수준이다. 곡물 가격 역시 2021년 평균이 131.2임을 고려하면 기존 상승분이 워낙 높아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수입 원자재 특성상 국내 물가에 반영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가격 인하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제 곡물 가격 추세를 살펴보면 주요 곡물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과 연관된 흑해 곡물 협정이 120일 연장되고 전 세계 국가들이 통화 긴축 움직임을 이어감에 따라 앞으로도 곡물 가격 안정화가 기대된다. 그러나 또 다른 곡물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에서 글로벌 곡물 기업이 철수하고 주요 곡물 소비국인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을 완화하는 등 곡물 가격 상승 요소도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원자재 수입 가격에 영향을 주는 해운 운임은 매우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1월 기준 5019.6까지 올랐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지난해 7월부터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같은 해 12월에는 1200 아래로 내려왔고 3월10일에는 995.15을 기록하며 2020년 6월 이후 처음으로 1000 아래로 떨어졌다. 만약 가격 인하를 고려한다면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는 신호는 제법 있는 셈이다.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등으로 가격 인상을 취소하거나 가격을 인하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롯데웰푸드(전 롯데제과)·CJ제일제당·풀무원샘물 등이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Get 아이스아메리카노’ XL 사이즈 가격을 기존 2100원에서 2000원으로 내렸다. CU의 가격 인하는 오뚜기와 마찬가지로 아이스아메리카노 수요가 늘어나는 계절에 맞춰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소수 사례라도 가격 인하 또는 동결이 이뤄진 것은 업계에 유의미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의 목적과 관계 없이 최근 가격 인상 추세에서 가격을 내리는 것 자체가 처음이고 시장 전체에 신호를 줄 수 있다”며 “가격 인상 요인이 있다고 바로바로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 선제적 가격 인하 정책이 소비자들에게 기업이 혁신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 이미지 제고와 함께 판매량 증가 효과 또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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