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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석 칼럼] 가계부채 해결 못 하면 국난 온다
고동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6-06 21:12:25
▲ 고동석 편집국장
지금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102.2%로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가운데 가장 높다. 이는 국제금융협회(IIF)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내놓은 세계부채보고서에 따른 것으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계 빚이 국가 전체 경제 규모를 넘어선 유일한 나라. 이는 곧 오늘의 대한민국이고 우리의 현실인 셈이다.
 
가계부채의 원인은 문재인 정권 몇 년 사이 단군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부동산시장의 거품에서 비롯된 것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금리인상의 여파로 이제 거품이 걷히고 있는 부동산시장의 급락과 혼란은 겨우 서막에 불과하다.
 
4~5년 전 시중 금리를 땅바닥에 던져 놓고는 10~30년 장기 모기지론 정책금리를  줘서 한참 공부하고 열심히 일해야 할 청춘들과 집 없는 서민들의 영혼을 끌어모아 부동산시장에 끌어넣은 전 정권의 패착은 이제 금리 상승기를 맞아 부메랑이 돼서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의 위기로 되돌아오고 있다.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특정 이슈 지역에서 부동산 매매 거래가 일시적으로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대세적인 흐름이 아니라 일시적인 착시현상과 기대 심리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아직도 부동산시장의 하락세는 올해는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 최대 3~4년 내에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영향으로 빚어진 부동산시장의 하락폭을 줄이기 위해 연착륙을 꾀하고 있다. 그 방안으로 강압적인 부채총량 관리보다는 가계 빚 구조를 개선하는 질적 개선으로 방향타를 잡아가고 있다.
 
그 대책으로 만지작거리는 것이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전환하거나 애초부터 비거치식 분할 상환 방식으로 대출원금과 이자를 묶어 은행들의 대출 상품 비중을 높여 가겠다는 것이다그러나 고정금리로 바꾼다고 가계대출 이자의 부담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고정금리도 오른 금리를 기준으로 확정되는 것이기에 이를 감당하지 못할 서민의 연체율 상승세는 막아 내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빚이 또 다른 빚을 낳는 사이에도 개인의 시간과 사정을 일일이 배려하고 기다려주진 못할 것이다.
 
시한폭탄처럼 다가오고 있는 가계 빚 악순환의 위기를 괸 돌 빼서 다른 곳에 돌려 막는 땜질 방식으로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금융당국이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가계부채의 혈 자리와 맥을 짚어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그래도 대비는 해야 한다. 금융당국에선 고정금리든 대출 원금과 이자를 묶는 분할 상환 방식이든 잡히는 방향대로 해 볼 건 모두 해 보면서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은행들은 돈잔치를 벌였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5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76122억 원이었고, 이는 전월(6774691억 원) 대비 1431억 원이 증가한 규모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리가 오른 탓에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대출 총량이 줄어도 높아진 금리로 돈을 벌고 있다금융당국에서 시중은행을 상대로 이자를 낮추라고 아무리 압박해도 잠시 시늉만 하고 슬그머니 다시 제자리다. 아예 당국의 눈치조차 보지 않는 은행들도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한 상태지만 다시 올릴 가능성도 열려 있다. 미국 연준 금리가 다시 스텝을 밟으면 상승 압력에 버틸 수 없게 될 것이고 금융과 부동산시장으로 촉발된 이 위기는 어디로 치달을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엄연한 금리 시장의 현실 속에서 금융당국의 정책이 금융소비자들에게 전달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실효성도 떨어질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굳이 손해를 감내하면서 돈을 융통해 줄 이유가 없기에 빚더미에 올라앉은 가계의 목을 서서히 죄여 가는 것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대다수 관련 전문가들이 부동산시장이 지금보다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가계대출 총액은 몇 년 사이 큰 폭으로 불어나 1800조 원에 육박한다. 이 중 시중은행이 현재 보유 중인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09조 원을 웃돈다. 여기서 조 단위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인데 이는 개인 신용대출 잔액 1096000억여 원을 뺀 것이다. 이 와중에도 국내 시중은행들은 고금리 대출에 따른 이자 장사로 올해 1분기에 역대급인 7조 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올렸다.
 
금리 상승의 최대 수혜를 본 시중은행들이 고정급에다 복리후생비까지 각종 수당 등 인건비에 총 107991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쓰며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을 보면서 울며 겨자 먹듯 다시 비싼 이자를 내고서라도 돈을 빌려야 하는 민생이 있다. 가계 빚이 세계 1위인 나라로 전락한 마당에 민생들의 돈줄이 막혀 국난이 오기 전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 빚의 시한폭탄이 과거 일본의 경우처럼 잃어버린 세월을 몰고 오지 않도록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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