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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통일에 대해서 찬성하냐 반대하냐 논쟁이 많잖아요. 하지만 우리가 찬·반 논쟁을 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해요. 통일은 남북한 주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북한 주민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경제적 풍요로움을 누려야 된다는 거죠.”
통일 덕후로 불리는 강동완 교수는 통일에 대한 관점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강 교수는 동아대에서 북한학을 가르치고 북한이탈주민들을 지원하는 동아대 부산하나센터 센터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튜브 ‘통생통사 강동완TV’를 통해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북·중 국경에서 촬영한 사진을 갖고 책을 출판하고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한반도 통일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해야 하는지, 그리고 젊은 세대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통일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통일이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부정적이고 거부감을 주는 단어가 되어 버렸는데 저는 통일을 다른 시각에서 봐요. 통일이 되면 북한의 지하자원을 캐고 백두산에 수학여행 가고, 평양냉면 먹고 유라시아까지 기차를 타고 간다 등 이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사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시각으로 경제적 이익 때문에 통일을 해야 된다고 하는 것이지만 이것으로는 설득이 되지 않는 시대가 됐어요.”
강 교수는 통일을 경제적 이익 때문에 해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통일 문제에 이성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으로 접근해 분단이라는 아픔과 사람을 중점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마음 아팠던 부분은 통일이 되면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과 남한의 기술을 합쳐서 경제적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이에요. 우리 곁에 와 있는 많은 탈북민에게 북한에 있는 분들은 가족이거든요. 근데 우리가 저렴한 노동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는 것은 통일을 준비하자고 하면서 막상 북한 주민을 우리의 통일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는 거라고 봐야죠. 늘 북한에 있는 지하자원과 땅·기차를 놓는 레일 정도만을 생각했기 때문에 통일이란 말의 의미가 공허한 거예요.”
강 교수는 MZ세대의 키워드는 공정함이라고 말했다. 그곳에 사람이 있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을 우리만 누리는 것은 너무 불공정하다는 시각으로 풀어낸다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통일에 대한 마음을 키우려면 일상 공간 안에서 통일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수능 시험에 북한 문제나 통일 문제를 내면 통일에 대한 교육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인위적인 교육이라고 봐요. 중·고등학교 시절에 통일캠프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통일 문제에도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강 교수는 통일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통일이 언제, 어떻게 올 것인가 하는 건 가장 어려운 질문이에요. 저는 통일은 곧 온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고, 또 탈북민에게 건네는 인사도 ‘통일되면 같이 고향에 가자’ 거든요. 통일은 먼 미래에 막연히 오는 것이 아니고 지금 우리가 여기에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평화통일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지만 이제는 자유 평화 통일 또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해 통일 조국의 미래를 그려보면 좋을 것 같아요.”
소통의 창구 ‘북한 박물관과 돌봄학교’ 세우기
강 교수는 북·중 국경에서 북한의 실생활 모습을 찍은 사진을 통해 북한의 실제 모습들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10년 전에 현장 연구를 위해 평양에 여러 번 다녀왔는데 지금은 갈 수 없으니까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로서의 몸부림일 거예요. 북·중 국경지역에서 망원 렌즈로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을 사진에 담은 후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특히 남·북한 정상회담당시 평화롭게 보였다는 평양의 모습이 북한 전체의 모습으로 보여지던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본 실제 북한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어서 북한의 실제 모습을 세상에 전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북·중 국경을 다니면서 계속 사진을 찍고 그것을 세상에 알리고 있어요.”
강 교수는 백 마디 말보다 사진 한 장으로 북한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북한에 영생탑과 모자이크 벽화가 많다고 이야기를 해도 피부로 와닿지 않다가 사진 한 장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쓰레기를 줍는 교수로도 유명하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북·중 국경지역에 갈 수 없는 상황에 또 다른 현장을 찾아 나선 것이다. 한국에서 북한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서해5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대연평도·소연평도)다.
“서해 5도에서 주운 쓰레기는 1414점이에요. 우리가 마켓에 가서 살 수 있는 대부분의 제품들과 같은 쓰레기들이에요. 쓰레기를 보면 제품 하나에 회사도 50개가 넘고 디자인도 회사마다 달라요.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배급 시스템이 아닌 자율 책임제로 시장이 돌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물론 공장도 10개 중 9개는 평양에 있고 유통도 평양에서 주로 이루어지지만 민간 소비품은 계속 생산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강 교수는 사회주의 체제였던 몽골이나 러시아 또한 민간 소비품을 계속 공급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체제 선전 차원에서 민간 소비품 생산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종합식품 공장·오일종합·건강가공 공장은 김정은이 수차례 현지지도를 할 만큼 북한에서 본보기가 되는 공장이다. 아이스크림·과자 등 다양한 식품들이 생산되고 유통이 되고 있다.
강 교수는 ‘통생통사 강동완TV’ 유튜브 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 등 북한 관련 콘텐츠들을 업로드해 통일을 생각할 수 있는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통생통사는 통일을 생각하고 통일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특히 유튜브 콘텐츠는 탈북민에게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강 교수는 북한박물관과 탈북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돌봄학교를 세우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분단 국가임에도 통일을 상징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와 북한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또 제3국에서 태어난 탈북인 자녀들을 24시간 돌볼 수 있는 돌봄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한국어를 하지 못해 일반 학교에 적응하기 어렵고, 아이를 돌보느라 엄마가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면서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아이와 엄마가 모두 남한 사회에 잘 적응 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할 학교를 세우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또 통일을 위해서 통일 조국이라는 비전을 갖고 많은 분들이 마음을 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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