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아름다운 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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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아름다운 전향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7-04 06:32:30

▲ 서울대 1982학번으로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사건을 주도한 함운경 씨는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에 강사로 나왔다. 함씨는 현재 전북 군산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군산=연합뉴스

1980년대 대학생들은 불행했다. 1979년 군인 출신 박정희체제가 졸지에 중단되고 ‘서울의 봄’이라는 아주 잠깐의 아지랑이가 채 피어오르기도 전에 ‘군출’ 전두환체제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공과를 따지기 전에 군출이라는 선입관이 배태한 적대감이 이성을 마비시켰다. 물론 여기에는 1982년 연말 대학가에 유입된 북한의 ‘주체사상’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써클 선배들은 주체사상이 마치 대단한 것인 양 강조하며 ‘철학적 원리’가 어떻고, ‘자주성’ ‘창조성’ ‘혁명성’이 어떻고 하며 목에 핏대를 올렸다. 하지만 주체사상은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 ‘혁명과 건설의 주인은 인민대중이며 혁명과 건설을 추동하는 힘은 인민대중에게 있다’는 당연시 되던 정의를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써클 선배들은 주체사상의 결론 격인 ‘수령론’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수령론은 ‘인민대중이 역사의 주체이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단순히 자기 운명을 자주적·창조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수령의 올바른 영도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체사상에 대하여’라는 책을 펴낸 김정일은 “인민대중은 당의 영도 밑에 수령을 중심으로 조직 사상적으로 결속됨으로써 영생하는 하나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이룰 때 역사의 자주적인 주체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혁명의 주체는 다름 아닌 수령·당·대중의 통일체”라고도 했다.

주체사상은 훗날 혈연론으로 발전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부자손 3대 세습체제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게 무슨 사상이고 철학인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우리 고유의 인간론을 그렇듯 하게 가공·변형·왜곡한 것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수령 즉 김일성이 하라는 대로 하라는 궤변’일 뿐이다.

브라이언 마이어스 동서대 북한학 교수는 “주체사상이 마르크스주의와 인문학에서 당연시 되는 것들의 잡탕으로 오로지 찬양받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는 공허한 사상”이라고 일갈했다.

그런데 북한은 이런 개똥철학을 ‘인류가 발견한 지고지순한 가장 위대한 사상’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여기에 부화뇌동하는 게 주사파다. 철없던 시절 주사파에 빠졌다가 전향한 인사들이 꽤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잘못 들어섰던 길을 고백하며 진실을 밝히고 있다. 진정 용기 있는 아름다운 전향이다. 조정진 편집인

조정진 기자 jjj@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