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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8시, 그악스럽게 타오르던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면 오색찬란한 디지털의 태양이 떠오른다. ‘아뜰리에 광화: 2023 광장으로의 초대’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과 본관 외벽을 캔버스 삼아 5개월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1일 시작된 이 대형 전시는 소 그림으로 유명한 이중섭과 단순함이 장기인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장 줄리앙 ‘2인 미디어 파사드’로 진행된다. 두 작가는 태생도 다르고 다루는 주제도 상이하지만 ‘때 묻지 않은 유쾌함’이라는 키워드를 공통점으로 지니고 있다.
어둠 속 황소의 역동성 눈길
첫째 파트 ‘중섭, 한국인이 사랑한 화가’는 거친 붓놀림과 특유의 해학으로 한국의 국민화가로 불리는 이중섭의 대표작27점을 5부작으로 나누어 전시한다. 5부작의 작품명은 각각 ‘생의 기쁨과 위로’ ‘중섭이 머물던 풍경’ ‘편지화, 그릴 수 없는 사랑의 빛깔’ ‘은지화에 담긴 예술혼’ ‘가족,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다.
이중섭은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다. 이번 전시는 우리 눈에 다소 익숙할 수 있는 ‘황소’를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첨단 기법을 사용해, 낯설고 새롭게 재현한 게 핵심이다. 금방이라도 살아서 광화문광장으로 뛰어내릴 듯한 황소의 역동적인 모습에 보는 이는 탄성을 지르게 된다.
‘섭섬이 보이는 풍경’의 경우 그림 속 마을을 3차원으로 구현했다. 이 작품은 이중섭의 제주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 현 ‘이중섭미술관’에서 내려다본 서귀포 섶섬과 주변 바다 그리고 마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3D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된 작품 역시 원작에 스며 있는 황동색 분위기와 따스함을 놓치지 않고 있다.
유쾌하고 발랄하지만 깊이 있는 사유
둘째 파트에서는 세계적인 일러스트 작가 장 줄리앙의 주말(Le weekend)과 안녕(Adieu)이 관람객을 찾아간다. 장 줄리앙은 자유분방한 표현력과 단순한 형태로 일상과 사회적 문제에 접근함으로 국내에 두꺼운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한편 미디어파사드는 최근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끌고 있는 예술 장르로 건물 외벽에 LED 조명과 프로젝터를 이용해 시각적 효과를 내는 게 특징이다.
건축물 외벽을 새로운 미디어로 활용하면서 도시 공간은 활력을 얻고 시민에게는 미술 감상의 기회가 늘어나는 기능이 있다. 또한 어둠이 주는 고요와 대형 화면의 장대한 스케일이 맞물려 일반 전시장에서 맛볼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전시는 연말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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