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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마트 등 생활편의시설에서 쓰이는 키오스크와 같이 디지털 기기가 우리 일상생활에 녹아든 지도 수년이 흘렀다. 코로나19 이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이 우리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 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급속도로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디지털 약자’로 꼽히는 계층이 노인과 장애인이다. 이에 정부와 업계가 디지털 약자를 위해 디지털 역량 강화 관련 지원에 주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은 키오스크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
고령층, 디지털정보화 수준 ‘최저’… 키오스크 엄두도 못 내
50대 이상의 고령층은 키오스크,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젊은 세대와 그렇지 않은 고령 세대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지난해 조사한 ‘2022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고령층의 경우 디지털정보화 역량 수준은 54.5%로 장애인(75.2%)·농어민(70.6%)·저소득층(92.9%)·북한이탈주민(84.1%) 등 모든 취약계층 중 가장 낮았다.
디지털 기기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 나타낸 디지털정보화 활용 수준 역시 72.6%로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모바일 기반 유무선 융합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정보격차의 수준 및 특성을 종합적으로 측정한 수치로, 해당 조사는 일반 국민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100으로 놓고 비교해 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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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임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
디지털 활용 역량이 낮은 고령층은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키오스크를 이용한 소비자 500명 중 46.6%(233명)가 불편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60대 이상의 고령층은 키오스크 사용이 불편한 이유에 대해 ‘조작 어려움(53.6%)’을 꼽았다. 이어 ‘검색 어려움(42.9%)’ 등을 꼽았고, 다른 연령대에 비해 주문 화면의 작은 글씨로 인한 불편이 23.2%로 상대적으로 많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해당 조사에서 키오스크 이용법 교육에 대한 조사에서 ‘효과가 없을 것 같다’ ‘별로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응답도 많아 키오스크에 대한 고령층의 심리적 장벽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디지털 격차를 더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60대 이상 고령자도 키오스크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개선하고, 맞춤형 교육을 병행해 키오스크 이용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증장애인 ‘가·나·다’도 어려워하는데”… 장애인 배려 부족
글을 읽거나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는 갖춘 노인과 달리 중증장애인들은 기본적인 조작 능력은 물론 글 대신 그림을 보는 것이 익숙한 상황이라 디지털 환경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지적장애 자녀가 있는 한 보호자는 “자녀에게 키오스크를 스스로 만져볼 수 있도록 한 적이 있는데 중증장애인은 한글 ‘가·나·다’를 배우는 데에도 수년 교육해야 겨우 아는 정도이기 때문에 글씨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진을 보고도 무엇인지 인지하기 어려워했다”며 “디지털 기기 조작은 부모가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주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수많은 정보와 디지털 기기들이 존재하는 현시대에 부모가 반복해서 교육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경증장애인은 물론 중증장애인도 디지털 환경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조작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확대돼야 하는데 아직은 부족한 현실”이라며 “실제로 장애인 실종 방지를 위한 SOS스마트워치 지원사업에서 기본적인 조작 교육도 진행하지 않고 기기만 나눠줬던 불쾌한 경험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지능정보화 기본법 등에 따르면 키오스크를 이용할 때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동등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2월 개정된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은 장애인도 키오스크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키오스크 글씨 크기 12mm 이상, 키오스크 화면 높이 최대 1220mm 초과 금지, 대체 콘텐츠 제공 등 KS 표준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이 올해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키오스크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공공·민간분야 키오스크 20대에 대해 KS 표준에 규정된 설계 준수 여부를 확인한 결과 60%는 키오스크 기기 자체 또는 첫 화면에 이용 방법을 표시하지 않는 등 해당 지침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청각장애인의 원활한 키오스크 이용을 위해 시·청각 정보를 다른 감각을 이용해 파악할 수 있도록 대체 콘텐츠가 제공돼야 하지만 조사대상 키오스크 모두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 및 음성 안내가 없거나 부족했다.
휠체어에 탑승한 장애인도 키오스크를 이용하기 힘든 현실이다. 키오스크 화면 최대 높이(1220mm)를 지킨 키오스크는 3대(15%)에 불과했다.
장애인이나 고령자와 같은 디지털 약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높이 조절, 음성 안내 등 기능을 갖춘 ‘배리어프리(barrier free) 키오스크’는 단 한 곳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본지가 만난 장애인복지관에서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한 사회복지사는 “장애인들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할 때 인지하기 쉽도록 그림으로 안내하는 기능 등 대체 화면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디지털 기기 조작 교육이 일회성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보편화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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