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1] 눈에 가시가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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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출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김규나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1-03 00:00:41

왼쪽 눈에 가시가 돋은 건 한 달 전이었다.

처음 찾아간 안과 클리닉에서 젊은 의사는 결막염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눈을 깜박일 때마다 모래 알갱이들이 굴러다니는 것 같았다. 차츰 침침해지더니 눈꺼풀 안쪽이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이 주째 되는 날 아침에는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 침대에 누운 채 눈꺼풀을 양쪽으로 조심스럽게 벌려보았다.

그 순간 어둡고 좁은 호리병 속에서 오백 년쯤 몸을 웅크리고 있던 악마처럼, 최대한 압축되었던 스프링이 요술 상자에서 뛰쳐나올 때처럼, 무언가 각막을 뚫고 솟구쳐 올랐다. 짧고 가느다란 것이 탄력을 받아 눈에서 튕겨 나와서는 왼쪽 오른쪽, 오락가락 어른거렸다. 화들짝, 나는 몸을 일으켰다.

‘뭐지?’

눈꺼풀을 치켜든 채 자리에서 일어나 더듬거리며 욕실로 달려가 거울 앞에 섰다. 온통 빨갰다. 붉은 실핏줄이 잔뿌리처럼 흰자위를 뒤덮고 있었다. 충혈된 공막, 그 위로 0.5센티미터 길이의 푸릇한 것이 장미 가시처럼 돋아 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살살 건드려 보았다. 눈을 깜박거릴 수는 있을 만큼, 바늘보다는 부드러웠고 가시라 하기엔 연약했다. 속눈썹이 들어간 것일까, 엄지와 검지 끝으로 가시를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아악!”

눈알이 몽땅 쏟아져 나올 것처럼 뜨거운 고통이 나를 집어삼켰다.

다시 찾아간 클리닉의 젊은 의사는 영문을 모르겠다며 허둥거렸고 대학 은사가 과장으로 있다는 안과 전문병원을 소개해주었다. 하지만 안과 전문의는 대학병원으로 가보라고 추천서를 써주었고 대학병원에서는 최근 세계적 안과 권위자를 초빙해왔다는 대기업 부속병원을 권해주었다. 뾰족한 수는 없을 거라며 회의적인 표정을 감추지는 않았다.

그렇게 몇 군데 병원을 전전하는 동안 선홍빛이던 눈자위는 검붉은 핏빛으로 착색되었고 처음에 하나뿐이던 가시는 세포분열을 하듯 하루하루 그 숫자를 늘려갔다. 안구 자체가 눈꺼풀을 밀어내며 빠른 속도로 돌출되고 있었다.

내 몰골을 마주한 의료진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으려 애썼다. 혈액검사부터 MRI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안구가 괴사되고 있으며 나머지 한쪽의 시력도 곧 잃게 되리라는 것만은 공통된 의견이었다.

“적출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다는 병증에 대한 의학계의 최종 처방이었다.

“제거하지 않는다면 생명도 위험합니다.”

세계 최고 권위자는 모니터에 직접 펜으로 의견서를 작성하고는 금테 안경보다 더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동의서에 사인하면 수술 날짜를 잡겠다고 했다. 서둘러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괴물의 정체를 파헤쳐 보고 싶은 것 같았다.

간단히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병명조차 모르는 그들에게 눈을 도려내라고 허락할 수도 없었지만 설사 그들의 의견이 옳다고 해도 앞을 보지 못하고 살아내야 하는 미래는 죽음보다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하고는 도망치듯 진료실을 빠져나왔다. 아무런 대책 없이 항생제와 진통제 처방전만 받아들고 병동을 나오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글 김규나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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