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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남다른’ 소통법
박상훈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14 00:02:30
 
▲ 박상훈 산업부 기자
설 연휴 전후 건설업계 최고의 화제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1자녀당 1억 원 지원’ 발표였다. 작년 8월 윤석열정부의 광복절 특사로 경영에 복귀한 이중근 회장이 ESG 경영의 광폭 행보로 눈길을 끈 것이다.
 
5일 부영그룹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이중근 회장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앞장서며 기업 최초로 출산 직원들에 자녀 1인당 1억 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각 지자체와 다른 기업들에서도 출산·육아 지원 복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최대 규모다.
 
이날 부영그룹의 시무식은 여러모로 남달랐다. 1월1일 새해 시작에 맞춰 신년사를 배포하는 여타 기업들과 달리 이중근 회장은 ‘입춘’을 기준으로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로 시무식 날짜를 정했다. 
 
색다른 시무식 날짜만큼이나 부영그룹의 시무식 분위기도 최근의 시류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시무식 시작 30분 전에 도착한 행사장은 이미 부영그룹 직원 240여 명이 내부를 가득 채운 뒤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사전 연습에 나선 상태였다. 
 
단상에 올라가 행사를 진행하는 부영그룹 관계자는 “목소리가 너무 작다. 더 큰 목소리 해 달라” “퇴장하실 땐 나가실 때까지 박수를 계속 쳐야 한다” “‘회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인사할 때 절도있게 고개를 45도 숙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근 회장 입장 시간이 임박하자 이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회장님 들어오실 때 박수 정말 크게 부탁 드리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언론을 대상으로 공개된 시무식이었지만 이 같은 권위적인 기업 문화를 특별히 이상하다고도 여기지 않는 듯했고 굳이 숨겨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무식을 취재하던 일부 젊은 기자들 사이에서는 마치 다른 시대·다른 나라에 와 있는 것 같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는 최근 주니어 보드 운영 등 MZ세대 사원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설업계 전반의 분위기와도 상반되는 풍경이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정원주 회장과 백정완 사장 등 경영진이 참석하는 ‘신입사원과 함께하는 한마음의 장’을 통해 신입사원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자유로운 복장과 MZ세대에서 유행하는 포즈로 사진 촬영을 하는 것은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듯하다. 
 
쌍용건설도 글로벌세아그룹에 인수된 후 김기명·김인수 대표가 MZ세대 직원들과의 간담회 ‘안녕하CEO’를 개최하고 세대 간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부영 임직원들의 힘찬 박수와 함께 단상에 오른 이중근 회장은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를 떠올리면서 과거에는 식량이 부족해 ‘안녕하세요?’가 아닌 ‘식사 하셨습니까?’가 인사였다고 설명했다. 
 
식량 부족에서 벗어나니 인구 부족 시대가 왔고 국가의 안전 보장과 질서 유지를 자국민이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인구확보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화두가 됐다고 강조하면서 기업 차원의 출산 장려 방안을 소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부영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 자녀 70명에게 출산장려금 1억 원씩 총 70억 원을 지급했다. 셋째까지 출산한 임직원 가정에는 국가로부터 토지가 제공된다면 임차인의 조세부담이 없고 유지보수 책임이 없는 국민주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시무식 분위기 자체는 딱딱했지만 이중근 회장의 ‘통 큰 결정’에는 감탄이 나왔다. 이 같은 결정은 막강한 기업 지배구조 체계를 갖춘 ‘이중근 회장의 부영그룹’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달리 생각하면 1941년 출생인 이중근 회장이 1990년~2000년대 출생 사원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해서 진정성이 느껴졌을지도 의문이다. 
 
젊은 직원들의 가족 구성과 주거 문제를 넘어서서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것이 이중근 회장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자 국가 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이 아닐까.
 
장려금 수여식과 기념 촬영이 끝난 뒤 시무식 행사장 출구에서는 이 회장이 직접 80대 노구의 몸을 이끌고 취재진과 스탠딩 질의응답을 가지면서 건재함을 자랑했다. 
 
이 회장은 기업 승계 문제 등 민감한 질문에는 답을 피했지만 “부영에서는 출산장려금 제도를 계속할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는 한편 다른 기업에도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동참해 달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 회장의 통 큰 지원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더 큰 사회적 관심과 꾸준한 논의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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