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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정부 저출산 대책 골든타임 놓치지 말자
 
▲ 김준구 경제산업부장(부국장)
 우리나라 일부 젊은이들과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허본좌 신드롬이 일던 때가 있었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일으킨 바람이었다. 이성적이고 엄정한 논리를 앞세워야 할 정치판에서 그는 생뚱맞은 행동이나 주장을 거침없이 보여 줬다. 공중 부양을 하겠다며 테이블 위에서 엉덩이를 들썩이는가 하면 축지법을 쓰겠다며 온 산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당시 그는 정치계의 다크호스라기보단 코미디언 같은 느낌이었다.
 
허무맹랑하고 현실감 없어 보였던 그가 요즘 재조명받고 있다. 최근 지자체와 기업들이 앞다퉈 거액의 출산 지원금 제도를 도입하면서다. 허 명예대표는 2007년 대선에 출마하며 결혼 수당 1억 원과 출산지원금 3000만 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2021년 대선에선 결혼하면 1억 원에 주택자금 2억 원 지급, 출산하면 5000만 원 지원을 약속했다. 당시엔 이런 공약이 그의 돈키호테 같은 캐릭터와 맞물려 허무맹랑한 소리로 치부됐다. 하지만 이젠 현금 지원이 저출산 해결의 중요한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금 지원의 본격적인 불을 당긴 건 인천시였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달 인천형 출산 정책인 1억 플러스 아이 드림을 발표했다. 계획대로라면 2024년부터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만 18세가 될 때까지 총 1억 원이 넘는 지원을 받게 된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주던 지원금에 별도 시 예산을 편성해 출산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충북 영동군도 1억 원 성장 프로젝트를 시행하겠다고 나섰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면 국비·도비로 지원되는 각종 장려금에 군비 사업 보조금을 합쳐 최대 1240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기업들도 저출산을 극복하자며 하나둘씩 가세하고 있다. 이달 초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에 태어난 직원 자녀에게 현금 1억 원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출산장려책을 내놓았다.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사례는 기업으로서는 국내 최초다.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IMM도 업계 최초로 올해부터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금호석유화학과 현대자동차 또한 100만 원이던 출산 축하금을 대폭 올렸다. 앞으로 출산지원금을 도입하거나 증액하는 지자체와 기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의 저출산 위기에 대해 해외의 관심도 뜨겁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이달 초 한국 국가소멸 위기감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인구 문제를 다뤘다.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섬뜩한 제목의 칼럼을 통해 현재 저출산으로 인한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가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으로 인한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한 대학교수는 EBS에 출연해 대한민국은 완전히 망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08년부터 2021년까지 14년간 우리 정부는 280조 원의 저출산 회복 예산을 쏟아부었다. 2022년에도 51조 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출산율이 회복되기는커녕 바닥이 어디일지 모를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 수많은 지원책도 내놨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한 여론조사에선 장래 결혼을 하겠다는 청소년은 16%에 불과했다. 더욱이 결혼해도 자녀를 출산하지 않겠다는 청소년도 70.3%나 됐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 소멸은 어쩌면 정해진 결론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젠 정부가 절박한 현실을 각성하고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 무슨 조직을 만들거나 지원 기구를 늘리는 것으론 더 이상 해결이 어렵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20여 년 동안 재정도 투입하고 노력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면 이젠 극약 처방을 쓸 때다. 일부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대책으론 수혜자도 제한적일 뿐더러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나서서 아이를 낳으면 거액의 현금이 지원되도록 해 살림살이가 나아지게 만들어야 한다. 찔끔찔끔 지원해 가며 가랑비에 옷 젖기를 바라지 말고 출생 시 1억 원 일시불 지급’ 같은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을 때다.
 
그간 정부에서 쏟아부었던 280조 원을 아이 한 명 낳는 데 1억 원씩 지원했더라면 280만 쌍의 부부가 혜택을 볼 수 있었던 돈이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그간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짚어 보고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 과거 실수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 있어야 올바른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무차별적인 지원보다는 적정 소득 기준을 정해 저소득 가구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일이다. 살림살이가 팍팍할수록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전국 지자체에서 우후죽순으로 집행되고 있는 출산 지원책도 정부에서 하나로 묶어 지원할 필요가 있다.
 
과거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할 당시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헬기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디플레이션을 막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국가 존망의 위기 앞에서 돈은 둘째 문제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인구 소멸의 위기를 코앞에 두고 정부는 더 이상 지자체나 기업만 바라보고 있어선 안 된다. 지금은 대한민국이 사라질 수도 있는 기로에 서 있다. 인구 소멸의 위기 앞에서 예산 낭비란 우려나 비난은 나중 문제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골든타임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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