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탈당·지지율’ 삼중고 겪는 민주당의 출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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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특집] 대진표 전쟁 ② 반도체벨트: 더불어민주당

비명계 “非스템 공천으로 총선에 먹구름” 주장
불난 여론에 기름 부은 이언주 반도체벨트 투입
사면초가 이재명 ‘정권 심판론’으로 출구 모색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07 15:53:27

▲ 2020년 4월15일 이해찬(왼쪽에서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발언 후 인사하고 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압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어게인 2020” 꿈꾸는 민주당

2020년 21대 총선에서 경기도 의석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던 더불어민주당도 이번 총선에서 경기 특히 반도체 벨트(화성·수원·용인·평택·안성·이천·성남 분당갑)에서 압승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당시 경기도 전체 의석 59석 중 51석을 가져간 바 있다. 반도체 벨트의 17개 지역구(2020년 기준)에서도 △성남 분당갑(당선자 김은혜) △용인갑(정찬민) △이천(송석준) △평택을(유의동) 등 극히 일부를 국민의힘에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승리했다.

민주당은 4월 총선에서도 지역별 맞춤형 공천을 통해 반도체 벨트와 경기도를 파란색으로 물들인다는 계획이다.

3월6일 기준 민주당의 반도체 벨트 공천 등 현황은 △화성갑 단수공천(송옥주) △화성을 전략공천(공영운) △화성병 단수(권칠승) △화성정 미정(전용기·조대현·진석범) △수원갑 단수(김승원) △수원을 단수(백혜련) △수원병 단수(김영진) △수원정 미정(박광온·김준혁) △수원무 전략(염태영) △용인갑 미정(권인숙·이상식·이우일) △용인을 전략(손명수) △용인병 미정(정춘숙·부승찬) △용인정 미정(이언주·박성민·이헌욱) △평택갑 미정(홍기원·임승근) △평택을 전략(이병진) △평택병 단수(김현정) △안성 경선 종료(윤종군) △분당갑 전략(이광재) 등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영등포구 뉴타운 지하쇼핑몰을 찾아 떡볶이를 먹고 있다. 연합뉴스

현실은 사면초가

수도권 각지에서 반도체 산업 종사자들이 집결한 반도체 벨트는 타 지역에 비해 유권자 평균 연령이 젊은 편이다. 화성을(동탄 4·6·7·8·9동)의 경우 전체 유권자의 41.4%가 만 39세 이하다. 민주당은 그간 쌓아올린 ‘젊은 이미지’를 통해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찐명(진짜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 속에 △비(非)스템(비 시스템) 공천 의혹 △탈당 러시 △청년층 지지율 하락 등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우선 ‘찐명’을 제외한 민주당 내 모든 계파는 이번 공천이 ‘이기는 공천’이 아닌 ‘이재명 사당화 공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 벨트 공천·경선 현황만 봐도 ‘찐명계’가 적지 않다는 게 비명계 입장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 영입 인재인 공영운 전 현대차 사장 △당 수석대변인인 권칠승 의원 △당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 △김승원·백혜련 의원 모두 ‘이재명 사단’으로 꼽힌다. ‘신명(새로운 친명)’으로 꼽히는 이언주 전 의원 등 예비후보들 중에서도 친명계가 상당수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21대 총선 때처럼 반도체 벨트 등 경기에서 얼마나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비명계에서 발생한다. 능력이 아닌 충성도가 기준인 공천이 얼마나 유권자들 마음을 깊이 파고들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비명계는 ‘충성 공천’의 대표적 사례로 이언주 전 의원 등을 꼽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용인에 큰 연고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반도체 벨트 중 하나인 용인정 경선에 중도 투입됐다고 한다. 기존 용인정 예비후보들은 공모 기간이 늘어난 점을 두고 “이 전 의원을 위한 특혜”라고 반발했다. 이 전 의원은 특혜는 없다는 입장이다.

비명계의 반발이 탈당 등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도 민주당엔 악재다. 당 주류에 의한 ‘멸문(멸 친문계)’을 주장 중인 친문계는 사실상 친명계를 집권 여당보다도 더한 ‘주적’ ‘청산 대상’으로 삼는 분위기다.

6일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친문 좌장 홍영표 의원은 “이 대표가 당을 사당화하기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을 (당에서) 쫓아낸 결과가 이번 총선에서 반영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놨다.

만에 하나 홍 의원 등 민주당 후속 탈당파가 민주연대(가칭)를 꾸린 뒤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와 연대해 반도체 벨트 등에 대거 후보를 낸다면 민주당 표밭은 둘로 찢어질 여지가 없지 않다. 비명계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최근 공개적으로 이재명 대표를 저격하고 나선 것도 변수다.

민주당은 청년 유권자 등 콘크리트 지지층에 마지막 희망을 걸 수 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가 연합뉴스·연합뉴스TV 의뢰로 2~3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6일 공개한 정례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의 인천·경기 지지율은 31%로 국민의힘(30%)과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내일이 총선이라면 어느 당을 택하겠나’라는 질문에 민주당은 30대(26%)·40대(46%)에서 우위를 나타냈지만 국민의힘을 크게 압도하지는 못했다.

정치권은 민주당이 이러한 삼중고를 어떻게 극복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충성 공천·비명횡사 의혹과 젊은층 표심 이탈 등을 부인하면서 사태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동시에 이재명 대표가 직접 7일부터 김건희 여사 고속도로 의혹 연관 지역인 경기 여주·양평 등 5곳을 돌며 정권 심판론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