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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국회의원 선거구가 있는 성남시는 경기도 내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총선 지역 중 하나다. 특히 성남시 분당을은 경기도 지사에 출마했던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텃밭에서 출마한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맞붙기 때문이다.
분당을 선거구는 21대 총선에서 당시 현역이던 김병욱 의원을 상대로 김민수 미래통합당 후보가 2.84%p(4045표) 차이로 석패할 만큼 진보와 보수세가 팽팽하게 맞섰던 지역이다. 다만 20대 대선 때 분당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12.66%p 차로 압승을 거두며 보수 강세 지역으로 다시 부상했다.
이번 분당을의 관심사 중 하나는 후보자, 즉 인물이다. 지난 경기도 지사에 출마해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막상막하를 이루며 체급을 키운 김 전 홍보수석이 3선에 도전하는 김병욱 의원과 혈투를 방불케 하며 지지율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 전 수석은 2020년 총선에서 분당갑에 출마해 김병관 전 의원을 대상으로 0.72%p(1128표) 차이로 신승을 거뒀으나 이번에 지역구를 분당을로 옮겨 김병욱 의원과 한판 붙는다. 김병욱 후보는 20·21대 총선에서 각각 국민의 힘 후보에게 8.9%p 차와 2.8%p 차로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 입장에서 성남은 전략적 요충지다. 정세에 따라 표심 변화가 민감한 분당을의 추이가 수원과 용인 등 경기 남부권 총선판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과거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서 재선을 이뤄낸 김 의원을 내세워 굳히기에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성남시 분당구를 승리로 이끌어 경기 남부권으로 뻗어나갈 거점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분당 격돌의 키워드는 재건축·재개발이다. 지역 최대 현안인 윤석열 대통령의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에 따라 동(洞)별 지지율 차이도 보였다. 정부는 분당 등 1기 신도시를 대상으로 선도지구를 선정해 임기 내 착공, 2030년 첫 입주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 후보는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으로 불리는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통과를 두고 각자의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1기 신도시를 상징하는 선도지구에는 준공 30년이 다가오는 공동주택 단지들이 산재해 있다.
김은혜 후보는 정부와 여당의 원팀을 강조하며 재건축 부담금 제도 폐지 등 재건축 현안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외에도 분당에 ‘기업형 특목자사고’ 유치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중 가장 먼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발의했던 김 후보는 “분당의 재개발·재건축 등 여당의 정책은 곧 실천임을 국토교통부 장관부터 성남시장까지 원팀을 가동해 입증하겠다”며 “결자해지의 자세로 분당의 꿈을 이뤄내겠다”고 출마 포부를 밝혔다.
이번 총선에서도 단수 추천을 받은 김병욱 의원은 23년간 분당에 거주한 이력을 앞세우며 분당이 만든, 일 잘하는 3선 의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출마의 변으로 밝혔다. 김 의원은 “법안 통과 과정에서 반대하는 여야 의원을 설득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재건축 완성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주단지 신속 조성과 재건축 지원을 위한 6000억 원 규모의 ‘노후계획도시 특별회계 조성’ 등의 공약을 이행토록 노력하겠다”면서 “이번 총선서 승리해 3선 국토교통위원장이 돼 반드시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취재진은 지역 여론 파악을 위해 최근 '분당을' 지역구를 찾아 주민들의 표심을 살펴봤다. 아직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아닌 탓에 인터뷰에 응한 주민 대부분은 어떤 후보가 출마했는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강릉이 고향이라는 인근 직장인 20대 남성은 “솔직히 지금도 어느 정치인이 출마하는지 모른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고, 정치가 어렵기도 하고 또 크게 울림이 없어서”라고 말했다. 정자1동에서 유모차를 끌고 느티마을로 향하던 30대 젊은 부부는 “선거에 관심도 없고 잘 모르지만 투표는 할 계획”이라며 “마지막까지 후보도 보고 당도 보고 한 표를 던질 생각”이라고 했다. 수내동에서 이자카야 일식집을 운영하는 40대 부부는 “소상공인들이 요즘 너무 어렵다. 소상공인에게 잘하는 당에, 그리고 생업과 직결되는 정책을 펴는 국회의원에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리 지지하는 후보를 정해놓거나 가족 따라서 같은 후보에 투표하겠단 주민들도 있었다. 신기교에서 만난 70대 부부는 “민주당 여기 텃밭이 됐어도 지역 정치인들이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이번에는 바뀌어야 하고 새로운 사람을 뽑으려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자역 근처에서 역으로 향하던 60대 여성은 근처에 걸려있는 김병욱 민주당 후보의 대형 플래카드 사진을 가리키며 “난 정치 잘 모르는데 우리 아들이 저 사람 찍어주라고 해서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분당을 출마가 확정된 여야 후보들은 선거일까지 지역주민들에게 주민 친화형 공약을 알리며 자신을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기대감과 함께 최초 입주를 시작한 지 30년이 흐른 분당에 새로운 도약의 전기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며 “분당의 큰 도약을 위해선 더 큰 구름판이 필요하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병욱 민주당 후보는 본지와 통화에서 “분당에서 23년 동안 살고 있고 누구보다 분당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과 꾸준히 소통을 해왔기 때문에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잘 알고 있고 그에 따른 정답까지도 빨리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도 주민 여러분이 저를 선택해 주신다면 지금처럼 한결같이 일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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