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개봉한 김세휘 영화감독의 데뷔작 ‘그녀가 죽었다’가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당일 관객 수 약 10만7000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했다. 18일에는 누적 관객 수 29만7035명으로 박스오피스 2위로 올라섰다.
몰입 방해하는 억지 설정 ‘옥의 티’
남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걸 즐기는 관음증 환자 구정태(변요한)가 SNS 스타 한소라(신혜선) 집에 몰래 침입한다. 그러나 그가 한소라의 집에서 발견한 것은 한 구의 시체. 죄를 뒤집어 쓸 게 두려웠던 구정태는 부리나케 그곳을 피하고 그때부터 도망자 신세가 된다.
한편 이 모든 상황은 한소라가 꾸민 한 편의 연극이다. 전에 사람을 죽인 적이 있는 한소라는 자신의 뒤를 쫓는 구정태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해 죽은 척했을 뿐이다. 남녀 주인공 모두 범죄자라는 점에서 할리우드영화 ‘프레디 대 제이슨’을 연상시키는 영화다.
영화는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그녀가 죽었다’라는 일관된 스토리 안에서 빠른 장면 전환으로 관객의 시선을 제압한다. 또 변요한의 느끼한 변태 연기와 신혜선의 검증된 연기도 영화의 맛을 더한다. 두 배우의 팬이라면 추천.
특히 배우 신혜선은 지난해 작품 ‘타겟’ ‘용감한 시민’에 이어 올해 ‘그녀가 죽었다’에 출연함으로 근면함을 과시하고 있다. ‘타겟’에서는 중고 거래로 범죄의 표적이 된 장수현의 일상을 연기했고 ‘용감한 시민’에서는 강하지만 약한 척 자기 힘을 숨기고 사는 기간제 교사 소시민 역을 맡았다. 이번 작품에서는 비록 빌런을 맡았지만 범죄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신혜선 표의 연장에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배우 변요한은 드라마 ‘미생’에서 한석율 역할로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미스터 션사인’에서는 김희성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2021년에는 영화 ‘자산어보’에서 서자 출신 어부 장창대 역할을, 2022년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와키자가 야스하루 역을 잘 소화해 믿고 보는 배우 반열에 올랐다.
비록 믿을 만한 배우를 기용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이 영화에도 옥의 티는 있다. 두 주인공의 설정이 너무 작위적이라는 중론이다.
구정태는 공인중개사다. 그는 “나쁜 짓은 절대 안 해요. 그냥 보기만 합니다”라고 말하지만 주거침입도 염연히 실정법에 반하는 범죄행위다. 공인중개사가 타인의 생활 공간에 허락 없이 들어가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행위가 주거침입절도죄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언급이 없다.
작위적인 상황은 ‘독백’으로 처리
또 한소라가 죽은 것으로 위장하고 구정태를 기다린다는 설정 또한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한소라는 고작 며칠 구정태의 뒤를 밟은 뒤 바로 그의 성향을 파악할 만큼 영민한 촉의 소유자로 등장한다.
한소라는 “이 남자 성격에 그럴 리가 없지. 혹시 자기 증거가 하나라도 남을까 봐 내 시체에 손도 한 번 안 대 볼 사람이니까”라고 독백한다.
구정태가 완전 범죄를 노리고 시신을 훼손하거나 유기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독백이다. 그런데 그 부분이 지나치게 설명적이다. 자는 척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죽은 척 하려니 대사까지 부자연스러워지는 것이다.
이 밖에 여러 매끄럽지 못한 설정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그때마다 영화는 작위적인 설정을 이해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독백’을 선택한다.
‘그녀가 죽었다’의 엉성한 설정은 신혜선·변요한이라는 탁월한 캐스팅으로도 덮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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