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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권력 어디로… “최고지도자 세습 땐 체제 끝난다”
종신직 국가원수 차기 후보 라이시 대통령 橫死로 정국 혼미
하메네이 아들 모즈타바 급부상… 현실화 땐 정당성 상실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22 09:00:36
▲ 헬기 추락사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순교"에 국민적 추모 열기가 뜨겁다. 유력한 차기 최고지도자였던 그의 죽음으로 현직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이 부상한 가운데 권력투쟁 본격화가 예상된다. 최고지도자 세습은 이슬람공화국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사태다. 연합뉴스
 
▲ 알리 하메네이(85)는 아야톨라 라흐바르 호칭을 지닌 이란의 종신직 최고지도자, 사실상의 국가원수다. 유력 후계자로 꼽히던 라이시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이 이란 정국의 혼미를 몰고 올 전망이다. 
▲ 이란 정계의 막후 인물로 평가되는 엘리트 신학자 정치인 모즈타바 하메네이(54)는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이다. 부친의 계승자가 될 가능성에 이슬람공화국의 체제위기설이 대두했다. 
 
 
 
 
 
에브라힘 라이시(64) 이란 대통령이 탑승했던 추락 헬기의 기술적 고장’ 문제가 언급됐다이란 국영 IRNA통신은 20(현지시간관련 추모 기사에서 대통령 일행의 순교를 전하며 사고 원인에 대한 최초의 명시적 언급을 했다앞서 사고기가 미국산 벨-212였다는 IRNA통신 보도에 대해 미 CNN방송이 공군 예비역 출신의 자사 군사분석가를 내세워 해당 헬기가 수십 년 전 도입된 노후 기종일 가능성을 짚었다.
 
미국은 핵프로그램 추진러시아 군사 지원테러집단 지원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이란을 제재해 왔다. 라이시 대통령도 제재 대상 명단에 올라 있었다외신들의 관련 보도가 나오자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비극을 미국 탓으로 돌렸다IRNA통신에 따르면 자리프 전 장관은 미국의 제재로 부품 수입이 어려웠다면서 미국의 범죄는 이란 국민의 마음과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이 “악천후로 묘사되는 상황에서 45년 된 헬기를 띄우기로 한 결정의 책임은 어느 누구도 아닌 이란 정부에 있다”며 반박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 역시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이란 측 주장을 전적으로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헬기 사고 배후설 음로론이 가라앉자 이란의 향후 권력 구도가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사실상의 국가원수인 ‘최고지도자’ 아야톨라(최고신학자라흐바르(구세주 대리인) 알리 하메네이(85)를 계승할 인물로 여겨지던 라이시의 죽음으로, 정계의 막후 실력자 모즈타바 하메네이(54)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하메네이의 여섯 자녀 중 둘째 아들이다.
 
20일 뉴욕타임스(NYT)는 베일에 싸인 인물 모즈타바가 이란 정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지난 수년 아버지 뒤를 이를 라흐바르’ 후보로 거론돼 왔다고 전했다모즈타바는 강경 보수 성향의 엘리트 성직자이자 정치인이다이란-이라크전에 참전했으며 이란 정보기관 내부에 인맥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강경 보수 후보가 개혁파 리더 미르호세인 무사비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해 부정선거 논란이 일어 반정부 시위가 번질 때도 모즈타바의 역할이 의심됐다심지어 2011년부터 가택연금 상태였던 무사비가 당시 하메네이에게 모즈타바의 최고지도자 승계설을 잠재워 달라 촉구했지만 무시당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미 클램슨대의 이란 연구자 아라시 아지지처럼 이란 정치권 내 모즈타바 지지자 증가를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회의적인 시각이 더 우세해 보인다. 1979년 이슬람혁명을 통해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면서 세습 통치를 종식했는데 선출직 공무원보다 훨씬 막강한 권력을 쥔 소수 성직자 직위가 세습된다면 체제 정당성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오랜 제재를 견딘 명분도 사라진다.
 
628일 대통령 보궐선거 이후 차기 최고지도자를 둘러싼 내부 권력투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모즈타바의 승계가 현실화할 경우 정국 혼란 가능성이 높다중동 전문매체 암와즈의 이란 분석가인 모하마드 알리 샤바니는 최고지도자직 세습이란 곧 체제의 죽음”이라고 꼬집었다이란 최대 신학교 교수인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에 걸맞는 수준의 신학적 권위를 얻지 못한 상태라는 지적도 있다. 
 
이란은 이슬람혁명 이래 미국과 외교관계를 단절한 채 독특한 신정(神政공화국 체제를 고수해 왔다아랍국가들과 함께 중동으로 분류되지만 인종언어가 다른 아리안족으로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 시아파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그래서 20세기 들어 형성된, 대부분 왕정인 여느 아랍국가들과 동일시되길 원치 않으며 이슬람공화국의 정체성을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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