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가 양약국 개설 논란… ‘직능 갈등’ 불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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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사 개설 약국 210여곳 대상
한약사·약사 교차고용 약국은 40곳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5 14:04:39

▲ 최근 논란이 된 한약사가 개설한 서울 금천구의 한 약국 모습. 네이버 캡처

의정 갈등이 연일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와중에 의료계 한쪽에선 약사와 한약사 간 직능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한약사가 서울 금천구에 ‘한약국’이 아닌 ‘양약국’을 개업해 논란이 일자 정부는 전문의약품 취급 한약사 개설 약국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25일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약사 개설 약국에 대한 조사가 이르면 내달 초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대한약사회가 복지부에 한약사 약국의 전문약 취급 실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복지부의 이번 조치로 각 구 보건소는 전문약 공급 내역이 확인된 관내 한약사 개설 약국에 대한 실제 판매 여부 등 실태조사에 나섰다. 대상 약국은 210여 곳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심평원에 등록된 약국 인력 정보 기준으로 약사와 한약사가 동시 등록돼 있는 한약사 개설 약국은 40여 곳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조사 대상의 절반 이상이 약사가 없는 상태에서 전문약을 공급받는 셈이다.

한약사가 양약국을 개업해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을 놓고 한약사들은 ‘가능하다’고 말하고 약사들은 ‘불가하다’고 말한다. 한 사안을 두고 양쪽의 주장이 격하게 갈리는 이유는 현행 약사법에 명확한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약사들은 “약사면허증을 취득하지 않은 한약사들의 일반의약품 판매 행위는 한약사가 업무 범위를 초과한 행위”라는 입장이다. 약사법 2조에 따르면 ‘한약사란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 업무를 담당하는 자’라고 되어 있다. 특히 이들은 약사와 한약사는 교육과정이 달라 전문적인 지식 없이 양약을 취급할 경우 약물 오남용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약사들은 약국은 약사와 한약사만 개설할 수 있다는 약사법 조항이 있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채윤 대한한약사회 회장은 “현행법에 따라 한약사는 약국을 개설할 수 있으며 약국 개설자는 처방전 없이도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며 “의약품 분류 기준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약품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만 나뉠 뿐, 비한약제제라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한약사 개설 약국에 대한 의약품 취급에 대한 조사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업계에서도 이번 조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약사 개설 약국에 대한 의약품 취급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건 처음이다”며 “지자체들의 자료가 취합되고 있는데 서울·경기 등 소명 대상이 많은 지자체에서 자료가 들어오지 않았지만 이번 달 안에 최대한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소명되지 않는 약국에 대해서는 전문약 취급 관련 약사법 위반으로 보고 그에 맞는 행정처분이 진행될 것”이라며 “소명 내용과 행위 양태에 따라 처분 수위는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