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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서 ‘현행 당원 100% 투표’인 전당대회 룰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있다. 대체적으로 ‘당심’과 ‘민심’을 적절히 배분해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괜한 논란거리라는 주장과 합리적 전대 룰은 시대 흐름이라는 주장이 팽팽하다.
부정선거 의혹을 배제하면 4.10 총선 패배의 책임이 대통령실에 있다는 당 안팎의 진단을 고려한다면 새 당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황우여 비상대책위원회가 시한부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여당이 대통령실에 휘둘리기만 해선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전대 규칙의 변경 문제는 황우여 비대위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시금석이다. 현 규정은 친윤과 영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수도권 의원 및 당선자들과 원외 그룹은 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30~50%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원뿐 아니라 민심까지 받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역선택 우려가 없는 건 아니지만 국힘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의 표심을 잡는 데 있다면 답은 자명하다. 당 주류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지지층은 물론 일반 국민도 국힘이 총선 민의를 수렴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당 지도부와 만난 상임고문단·원로들 역시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탠 게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상임고문단 회장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약간의 틀을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국민이 ‘국힘이 바뀌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대전환을 해서 과거의 틀을 깨 주기 바란다”고 강조한 건 전대 룰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친윤계 일부는 당 대표 선출 규정은 비대위 같은 지명직이 아닌 당원 총의로 선출된 지도부가 바꾸는 게 옳다며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힘은 당원 수가 당원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해졌다며 당 대표 선거에서 당원 투표만을 100% 반영하는 방식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했다. 그 결과 친윤 후보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자 수도권·비주류를 중심으로 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낙선자 간담회에서도 “당원 100%로는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청년최고위원을 지낸 김용태 당선인은 “민심 비율이 좀 늘어나야 한다. 당원 투표 대 일반 여론조사 비중이 5 대 5 정도는 돼야 국민이 국힘에 다시 혁신·쇄신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고 봐 줄 것”이라고 말한 게 이를 함축적으로 대변한다고 하겠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당내 의견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은 당선인이 많은 영남·친윤과 대다수가 낙선한 수도권·비윤 사이의 주도권 다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남·친윤은 시대 흐름에 둔감한 온당치 않은 주장을 펴고 있다. 전국 정당을 포기한 ‘영남 자민련’으로 남겠다는 협량 정치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황우여 비대위는 거대 야당과의 협상이라는 난제와도 맞닥뜨려야 하는 처지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장 선출부터 원 구성까지 모든 것을 의석수로 밀어붙일 태세다. 야소야대 정국에서 소수 여당의 지도부로서 고뇌가 여간 크지 않을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 여야 협치의 끈은 이어 가되 거야의 입법 폭주에 결연히 맞서는 여당이 되려면 내부부터 합리적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국민의힘에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명줄 같은 길이다. 중진들과 영남의원들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시간만 끈다면 2년 뒤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국힘 당원들은 중도층·무당층 등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다시 돌아오도록 헌신·희생에 앞장서 건전 보수정당의 전국화를 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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