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이복현 금감원장 ‘공매도 발언’ 결자해지 하길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임진영 금융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13 00:02:40

주식시장 공매도 제도 도입 문제와 시기를 놓고 여의도 증권가가 시끄럽다. 논란의 발단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입’이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달 말 뉴욕 출장 중 취재진을 상대로 6월엔 일부라도 공매도를 재개하면 좋겠다고 발언한 것이다.

관치금융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모든 금융사를 감독하고 지휘하는 금감원의 수장이 바로 이복현 원장이다. 이 원장이 6월에 공매도를 일부 재개하고 싶다고 말하면 그것은 바로 금감원이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여의도 저승사자’인 금감원의 수장이 6월 공매도 재개 의사를 밝히자 금융시장은 뒤집어졌다.

개인투자자들은 금감원이 공매도를 당장 시작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고 이들이 모여 있는 네이버 주식토론방을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와 주식투자 단체 대화방 등은 공매도가 당장 6월부터 다시 시작되는 거냐 아니냐로 시끄러웠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되사서 빌린 주식을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 유입을 위해 90년대 말에 허용했지만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등으로 불법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졌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의 반발과 주가 폭락에 대한 부담감에 금융당국은 공매도 거래를 금지했다. 그러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주식 저평가) 극복을 위해 금융당국이 외국인·기관 투자자 투자 활성화를 주요 아젠다로 내걸면서 공매도 도입이 다시 추진됐다.

개미들은 공매도를 해외 투기 세력이 ‘치고 빠지기’ 거래를 위해 사용하는 창구로 인식하고 있다. 외국인·기관 투자자가 공매도로 손쉽게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주가를 잔뜩 끌어올려 고점에서 되팔아 수익을 올린다. 이들이 손을 털고 나오면 주가가 폭락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다.

이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공매도의 대표적 폐해인 ‘무차입 공매도(주식을 빌리지 않고 되파는 공매도)’ 거래를 막기 위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한 후 공매도를 다시 허용하기로 했다. 이처럼 당국이 전산 시스템을 한창 구축하는 와중에 갑자기 이복현 원장이 ‘6월 공매도 재개’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원장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전면 공매도 거래가 아닌 일부에 한해 6월에 공매도를 허용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아직 불법 공매도를 차단할 수 있는 거래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원장이 ‘공매도의 부작용’에 대해 경각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 원장은 6월 공매도 재개 의사를 내비치면서 “기술적·제도적 미비점이 있더라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재개 추진을 소통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미비점이 있더라도 6월 공매도 재개를 밀어붙이겠다는 이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그렇지 않아도 공매도에 부정적 인식이 강한 개인투자자들을 분노케 했다. 정부도 이 원장의 돌발 발언에 적잖이 당황한 모양새다.

용산 대통령실은 ‘6월 공매도 재개설’에 대해 ‘금감원장의 개인적 의견’이라고 선을 긋고 불법 공매도 차단 시스템이 완비된 후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6월 공매도 재개설에 대해 일축하고 “논란이 될 것도 없고 당국 입장은 기존과 같다”면서 시스템 완비 후 공매도를 재개할 것을 다시 한 번 주지시켰다.

그리고 10일 금감원은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NSDS)의 개발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내년 3월까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의 6월 공매도 재개 발언 이후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대통령실과 금융위까지 ‘금감원장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면서 우회적으로 이복현 원장을 비판하자 금감원이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이 원장의 ‘6월 공매도 재개’ 발언이 일으킨 논란은 금감원이 공매도 재개 타임 테이블을 ‘내년 3월’로 늦추면서 해프닝으로 종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 와중에 정부와 금융당국 수장의 엇갈린 행보는 많은 투자자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이번 문제의 책임은 결국 논란의 불씨를 당긴 이 원장에게 있다. 이 원장은 금융 감독 당국의 수장이자 검사 출신으로 현 윤석열정부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이 원장은 공매도 발언으로 대통령실과 금감원의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로부터 사실상의 ‘경고’를 받았지만 그 이후에도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4일 여의도 한식당에서 열린 금감원장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원장은 공매도 재개 발언에 대해 그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다. 이는 이 원장 스스로가 이번 사안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공매도 도입은 제도 완비 이후로 늦춰졌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가벼운 언행으로 빚어진 혼란에 대해 이 원장은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공매도 도입은 무엇보다 금융감독 당국 수장의 ‘정중동’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결자해지’를 바란다.

임진영 금융팀장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