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 전 통한의 동점골 내줘… 모드리치 ‘라스트 댄스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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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대회 최고령 골 모드리치 넋 나간 표정 크로아티아 탈락 위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때때로 축구는 너무 잔인하다”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25 13:31:27

▲ 2019년 발롱도르를 수상한 크로아티아의 베테랑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가 25일(한국시간) 유로2024 이탈리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을 마친 뒤 유니폼을 벗고 슬픈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때때로 축구는 잔인하다. 최고령 골 기록도 세웠지만 기쁨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유럽축구의 ‘언더 독’인 크로아티아의 베테랑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가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되고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넋이 나간 가장 슬픈 표정이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클럽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무려 6번이나 들어올린 모드리치는 올해 39살로 202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에서 라스트 댄스를 출 기회를 날려 버렸다. 이번 대회는 모드리치가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메이저 대회이기에 아쉬움이 더욱 크다.

크로아티아는 25일(한국시간) 독일 라이프치히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2024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이탈리아와 1-1로 비겼다. 크로아티아는 2무 1패(승점 2)를 기록, 조 3위에 처졌다. 반면 이탈리아는 1승 1무 1패(승점 4)로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이번 대회 16강에는 조 3위 4개 팀이 와일드카드로 출전한다. 하지만 승점 2의 크로아티아가 조 3위 6개 팀 중 4위 안에 드는 것은 극히 희박하다. C조에서 3위 슬로베니아가 1위 잉글랜드에 4점 차 이상으로 지기를 기대해야 할 판이다. F조 3위 체코의 최종전 결과도 크로아티아의 운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크로아티아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사상 첫 월드컵 결승까지 올려놓는 대활약을 펼친 모드리치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의 10년에 걸친 발롱도르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 독점을 종식시켰다. 크로아티를 사상 최초로 월드컵 두 대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끈 모드리치였했다.

극적인 승부의 변곡점에 2019년 발롱도르 수상자인 모드리치가 있었다. 크로아티아는 후반 9분 상대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그러나 베테랑으로 키커로 나선 모드리치의 슈팅이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에게 막혀버렸다. 그래도 산전수전 다 겪은 모드리치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쉬움의 탄성이 환호성으로 바뀌는 데는 1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후반 10분 모드리치가 동료의 슈팅이 GK 돈나룸마를 맞고 나오자 재차 슈팅해 골망을 흔들어 기세를 올렸다. 38세 289일의 모드리치는 이 골로 유로대회 최고령 득점 신기록을 작성했다. 자신의 실수를 확실하게 만회했다. 페널티킥 실축이 있어선지 그의 골 세리머니는 더욱 강렬했다.

그러나 모드리치와 크로아티아는 끝내 웃지 못했다. 8분이 주어진 추가시간 중 경기종료 15초전 이탈리아 마티아 자카니에게 극장골을 내주고 말았다. 동점골이 터진 뒤 바로 종료 휘슬이 울린 버저비터였다. 월드컵과 유로대회에서 불굴의 투지를 떨치며 메이저대회 무관을 벗어나려던 모드리치의 꿈이 날아가버린 순간이었다.

UEFA는 MOM으로 모드리치를 선정하며 “유로 본선 최고령 득점자가 됐다. 이날 14개의 질좋은 패스를 선보였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팀 승리를 가지지 못한 모드리치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스페인 매체 ‘아스’는 “모드리치가 MOM을 받고도 무너진 표정을 지었다. 역사상 가장 슬픈 표정으로 심경을 완벽하게 드러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간 세대교체를 미뤄온 크로아티아는 이번회 예전만 못한 활력을 보여줬다. 이탈리아전에 선발 출전한 선수들 평균 나이는 30에 육박한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유로 무대에 다시 서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모드리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때때로 축구는 잔인하다. 여기서도 그랬다”라고 말했다.

‘그라운드의 지휘자’라는 별명을 지닌 모드리치는 크로아티아 중원의 핵으로 20년 넘게 활약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 2022 카타르 월드컵 3위에 앞장섰다.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