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이재명 의회 폭거’ 덮어 버린 北의 오물 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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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정치사회부 차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13 00:02:30

북한이 10여 일간 네 차례 1000여 개가 넘는 대남 오물 풍선을 한국 전역에 살포하는 동안 의회 정치는 더불어민주당에 테러를 당했다. 국민의 눈과 귀가 북한의 오물 풍선에 사로잡혀 있는 동안 22대 국회의 ‘사상 초유 의회 폭거 쿠데타’가 자행된 것이다.

11일 ‘민주’라는 말이 무색한 더불어민주당은 192석 거대 야당의 폭주를 시작했다. 국회의장·법제사법위원장·운영위원장을 싹쓸이하는 것에 더해 11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일방적으로 선출했다. 여당과의 협의 같은 것 필요 없다는 듯 13일로 마감을 못 박은 나머지 7개 위원장도 독식하겠다고 선포했다. 좌고우면 따위 하지 않겠다는 민주당은 원내 대책회의에서 상임위를 즉시 가동해 부처 업무보고를 지시했으며, 불응 시 청문회를 열겠다고 겁박했다.

국회가 사상 처음으로 야당 단독 개원을 한 것도, 삼권분립과 견제·균형의 의회민주주의를 깬 상임위 독식도 모두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민주당 10일 최고 위원회를 열고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 대표는 ‘1년 전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에 예외를 두고,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 정지 조항도 삭제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재명의 ‘일인 독재’ 시작과 함께 의회 폭거가 시작된 것이다. ‘재판 리스크’의 집적체인 이 대표가 법원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당 대표를 연임하고 대권 후보로 나갈 수 있는 길을 튼 것이다.

이 기간에 북한은 마치 공작을 하듯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는 오물 풍선을 계속해서 살포했다. 북한의 김여정은 ‘매일 휴지를 줍게 하겠다’는 식으로 우리를 조롱했다. ‘21세기 한국전쟁은 K팝 vs 똥·휴지’라는 밈이 온라인을 휩쓸며 여자 아이돌 노래 무엇을 듣고 귀순 용사들이 한국에 귀화했다는 뉴스로 전국이 도배됐고 그 사이 의회 쿠데타는 그런 것들에 묻혀 버렸다.

더욱 희한한 우연은 윤석열 대통령이 구멍 난 국가안보와 무너진 의회 정치를 뒤로 하고 10일 반년 만에 ‘경제 외교’를 하겠다며 중앙아시아로 출국한 것이다. 또한 대통령의 국외출장에 장호진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모두 동행하며 ‘안보 사령탑’에 공백이 생겼다. 설상가상으로 북한군이 9일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후 11일 퇴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으나 군은 “별일 없었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경기도 파주 최전방을 책임지는 제1보병사단장은 1일 저녁 참모들과 음주 회식을 하느라 작전 지휘 현장에 없었다. 대남 오물 풍선 살포가 예상된다는 정보가 있어 대비 태세 강화 명령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하는 안보 상황과 안보 공백의 시기에 윤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국영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개발을 비판하고 카자흐스탄과 한국을 비핵화 모범 국가로 치켜세웠다. 현재 국제 여론은 ‘북한 비핵화 불능’을 기정사실화하고 ‘한반도 자체 핵무장’에 시선을 돌리고 있는 상황인데 국내에선 안보 공백이란 지적이 나오고 의회 쿠데타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타국에서 언론을 통해 ‘비핵·비확산 레짐’을 언급한 것이다. 일국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이며 비현실적 안보관에 놀라움을 금하기 어렵다.

여권에서는 이미 “이재명의 민주당 시작과 함께 국회의 일당 독재가 시작되었고 그것이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이재명 일극 체제로 확대된 것” “각종 탄핵·특검법안이 속전속결 처리될 것” “대장동 사건 변호사와 친명 강경파로 이루어진 야당 국회 장악 시나리오 가동” 등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1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재판에서 법원은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이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방북 관련 사례금이라고 판단했다. 불법을 동원해 자신의 북한 방문을 위해 남의 돈으로 사례금을 지불한 것이다. 북한 정권을 상대로 이 같은 태도를 보인 이 대표가 대권 도전에 성공할 경우 한국의 안보 상황이 어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북한 정권이 남파 간첩이라는 비판을 받는 문재인정부 시즌2를 기대하며 마중물을 내듯 오물 풍선 공작을 펼쳤다는 건 무리한 추측이 아닐 것이다.

장혜원 정치사회부 차장대우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