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보안 경쟁력 강화에 ‘교육 뒷받침’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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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20 00:02:30

“웃기죠. 보안 인력이나 보안 기술 강화의 중요성은 그렇게 관심 있어 하면서 정작 보안 인력을 키우는 자격 시험이나 교육 기관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관심을 쏟지 않는 게.”

취재 중 만난 보안 전문가의 말이다. 그는 보안의 중요성은 정부 등 기관에서 날마다 강조하면서 국제적인 보안 자격 시험들이 한국을 등지는 상황이 역설적이라고 표현했다.

올해 4월 국제 공인 정보시스템 보안전문가(CISSP) 시험을 주관하는 정보 보호 전문가 양성 교육 관련 국제 비영리 단체인 인터넷사이버보안교육센터(ISC²)에서 한국 시험을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CISSP는 3대 국제 보안 자격증으로 꼽히는 유망한 자격증이었다.

기자와 만난 보안 전문가는 ISC²로부터 “현재 한국에서는 CISSP 시험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지역 자체가 제한되며 한국 응시자들이 영어로도 시험을 치를 수 없다”는 메일을 받았다. 그 이전에 해외에서 진행되던 CISSP 시험에서도 한국어 지원이 끊겼다. 이에 한국인 응시생들이 일본에서 ‘원정 시험’을 봐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 CISSP 시험은 ISC² 측에서 별도의 공지를 하기 전까지 국내 응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CISSP협회 측은 “국내에도 정보보안기사 등 CISSP와 비슷한 자격증이 많은 데다 CISSP 시험은 응시료도 비쌀 뿐 아니라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수십만 원이 들기 때문에 응시 수요가 줄면서 수익성이 줄어든 ISC²가 한국 시험을 없앤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물론 CISSP가 749달러(약 103만 원)에 달하는 응시료에 더해 자격 유지를 위해 매년 40시간의 교육을 들어야 하고 거기에 약 20만 원의 비용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인 응시생의 입장에선 부담이 작지 않다.

또 국내엔 정보보안기사 등 비슷한 자격증이 있고, 실제로 이런 국내 자격증들이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더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보안업계에서는 ‘실속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자격증’ 정도로 여겨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처럼 응시 수요가 줄어드니 수익성이 나지 않는 ISC²의 입장에선 한국 철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망한 자격 시험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관과 협의를 거쳐 시험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마냥 ISC²만을 탓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진짜 문제는 CISSP의 국내 철수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보안 교육이 국제 무대에서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것이다. 2022년 초엔 보안·디지털포렌식 전문가들이 응시하는 ‘EnCE(EnCase Certified Examiner)’ 시험을 주관하는 오픈텍스트(Opentext)가 신규 시험 접수를 거부하기도 했다. EnCE 자격시험은 캐나다 소프트웨어 업체 오픈텍스트가 판매하는 ‘인케이스’(EnCase)의 활용 능력을 검증하는 자격증이다.

이유는 부끄럽게도 지속적으로 한국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됐다는 것이다. 세계 보안 시장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얼마나 실추될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보안 시장은 2026년까지 연평균 8.5%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국제 보안 자격증은 국내 철수를 결정하고, 국내 시험 접수를 거부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다 언제 또 다른 자격시험이 국내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보안 인력 채용 및 보안 기술 강화 등 보안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 밑바탕엔 보안 인재들의 실력 향상을 위한 교육과 이를 평가하는 자격 시험의 다양성이 보전되어야 할 것이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