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1일(현지시각) 대통령 면책특권에 대한 광범위한 해석을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시절 “결정적‧배타적‧헌법적 권환 내에서 이뤄진 공적(公的)인 행위”에 대해 기소할 수 없다는 게 골자다. 당장 트럼프가 자신이 트위터(현 엑스X)에서 퇴출된 후 설립한 SNS(트루스소셜)를 통해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의 승리” “일각의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판결”이라며 반겼다.
연방대법원은 “(몇몇 해당 혐의에 따른) 전직 대통령 기소가 행정부의 권위 및 기능을 침해할 위험이 없다고 입증할 책임”을 정부(법무부)에 지웠다. 행정부 밖 외부 인사들과 연관된 사안에선 “대통령 기능 범위 내의 일인지 깔끔하게 구분할 수 없다”며 기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으나 “절대적 면책 특권 내 행위가 (피고 트럼프에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트럼프가 2020 대선 직후 개표 과정의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법무부 당국자들과 진행한 이른바 “대선결과 뒤집기 모의”에 면책이 적용된다. 다만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상원의장)에게 대선결과 인증을 거부하도록 압박한 점, 1.6사태 관련해선 하급 법원이 판단하게 됐다. ‘의회 난입’으로 불려 온 이 사건은 국내외 주류 언론 보도와 동떨어진 내막이 다수 드러난 상태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트럼프가 미리 연방군 출동을 요청했으나 40년차 민주당 정치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거부한 사실도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의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 역시 3월 연방대법원에서 만장일치로 뒤집혔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트럼프가 2021년 1월6일 지지자들을 선동해 의회에 난입하도록 했으니 반란에 가담한 것이라며 경선 투표용지에서 그의 이름을 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연방업무를 맡기 위해 출마하는 후보에 대한 자격 박탈은 각 주의 권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판결을 “전직 대통령이 어떤 경우에도 형사고발로부터 보호받도록 선언한 18세기 건국 이래 첫 사례”로 봤으며 “여러 보수성향 대법관 중 트럼프가 임명한 3명이 들어 있다”고 짚었다. 법 해석의 최고 권위를 지닌 연방대법원의 9명 구성원은 종신직이다. ‘떼’의 논리로 왜곡될지 모를 국가적 사안에 ‘자연법적 법치’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 왔다. 트럼프 시절을 거치며 보수 우위 6:3으로 굳어졌다.
연방대법원은 2일부터 하계 휴정기에 들어가 10월 첫 주 다시 열린다. 트럼프 기소 4건 중 3건의 본안 재판이 11월 대선 전엔 시작하기조차 어렵다. 5월 뉴욕에서 유죄평결 난 입막음돈 관련 혐의엔 오히려 동정론마저 이는 분위기다. 입막음돈 자체가 범죄는 아니지만 회사돈을 쓰고자 서류를 조작했다는 게 핵심이며 11일 형량선고가 주목되지만 트럼프 사법리스크는 사실상 무의미해진 셈이다. 하급심 법원의 판단이 나온다 해도 항고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재집권시 법무부장관에 아예 공소 취하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대통령이 절대군주가 됐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소니아 소토마요르·엘레나 케이건·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이 이번 판결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냈다. 특히 2009년 버락 오바다 대통령에게 임명된 최초의 라틴계이자 미국의 111번째 연방대법관인 소토마요르의 목소리가 강렬하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SNS에 “특수부대에 정적 암살을 명령해도, 권력유지를 위해 쿠데타를 조직해도, 사면 대가로 뇌물을 받아도 면책, 면책, 면책”이라 적어 현 상황을 풍자했다. 나아가 “공권력을 행사할 때 대통령은 이제 법 위에 군림하는 왕”이라며 “전직 대통령의 범죄혐의 면책이란 대통령직 제도 자체의 개조” “헌법과 정부 시스템의 기초인 ‘아무도 법 위에 있지 않다’ 원칙을 조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선캠프에선 성명을 통해 “오늘 판결로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트럼프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결과를 뒤집고자 폭도들을 부추겼다. 스스로 법 위에 있다고 여기며 자신을 위한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향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연방대법원은 1789년 3월4일 발효된 헌법에 따라 설립됐다. 미국에선 원래 의회 권력이 강하며 이를 상대적으로 조절하는 입장이 연방대법원이기에 의회와의 관계가 종종 험악해지기도 한다. 지난 20여 년 연방대법원이 정치화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 많아졌음을 의미할 것이다. 되도록 성향이 맞는 대통령 때 은퇴해 후임자가 비슷한 성향을 가지도록 하는 전략까지 보인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