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서민 밥상까지 위협하는 기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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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9 00:02:30

최근 몇 년간 농작물 가격 인상으로 직장인들의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고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였던 시금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이상기후에 따른 기후플레이션 문제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기후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기후변화는 이상기후로 인해 생산성 저하 등으로 농작물 작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식료품 가격의 상승세에 압력을 높인다.

한은이 낸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내 의류·신발 물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61%, 식료품 물가는 56% 더 비싸다. 세부 품목별로 살펴보니 한국의 물가 수준은 더 심각했다. 사과 가격이 OECD 평균보다 세 배 가까이 올랐고 감자·돼지고기·티셔츠·남성 정장 가격이 두 배를 넘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필수소비재 물가 상당수가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취약계층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 수준에 따라 의식주 물가의 체감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가공식품의 해외 원재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이때 기후변화는 국내 물가에 간접 경로와 직접 경로를 통해 영향을 준다. 간접 경로는 국제 곡물 가격 변동이 수입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통한 것이다. 반면 직접 경로는 기후변화가 국내 농산물 생산 및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다.

이상기후 여파로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식품·외식업체들은 일제히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식품업계는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가격인상 시기를 늦췄다. 그러나 식료품 수출 등에 사용되는 컨테이너 사용료가 1년 전보다 평균 170% 오른 상황인 데다 유가도 요동을 치자 결국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정부가 기업을 압박해 잠시 미루는 보여 주기식 정책은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정부는 하반기 물가 관리 및 생계비 부담 경감을 위해 약 5조6000억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기존 예산 434억 원 외에 1500억 원을 더 쓰기로 했는데 문제는 앞으로도 물가 안정이 필요할 때마다 재정을 투입할 것이냐는 점이다. 물가상승률은 기후 문제와 국제 문제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투입하는 국가 예산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최근 논란이 일었던 ‘금값 사과’의 근본 원인은 이상기후로 인한 수급 불안정에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병충해·일조량 부족뿐 아니라 가뭄이나 폭우 등 기후변화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한정된 재원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은 정부의 보조금이나 수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기후변화는 내년 내후년에도 반복된다. 정부는 이에 맞는 새로운 농산물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