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 이탈 비씨카드 카드론 확대로 건전성 휘청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제2금융

비씨카드 카드론·현금서비스·리볼빙 잔액 올해 들어 25~45% 늘어
매입업무 축소 대응해 대출 확대했으나 부실여신 1년 새 10배 급증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14 10:30:00

▲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5월 비씨카드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은 413억 원으로 작년 말(318억 원) 대비 30.0% 늘어났다. 전업카드사 8곳 중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연합뉴스

비씨카드가 카드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업인 매입업무에서 고객사들이 잇달아 이탈함에 따라 수익 다각화를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1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문제는 건전성 악화다. 부실여신은 10배 이상 늘어났고 부실여신 비율도 2%로 업계 최고다. 대손비용 확대 등의 여파로 수익성이 저하될 것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비씨카드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은 413억 원으로 지난해 말(318억 원) 대비 30.0% 늘어났다. 전업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 중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카드사 전체 카드론 잔액이 4.8% 늘어난 것과도 상반된다.

단기카드대출인 현금서비스도 증가세였다. 비씨카드의 현금서비스 잔액은 작년 말 55억 원에 그쳤으나 올 5월엔 80억 원으로 45.1% 불어났다. 0.6% 늘어난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돈다. 리볼빙 잔액도 지난해 말 145억 원에 불과했으나 올 5월에는 182억 원으로 25.8% 뛰었다. 같은 기간 리볼빙 잔액을 늘린 카드사는 비씨카드와 현대카드(잔액 증가율 0.8%) 두 곳이었다.

카드대출 확대는 매입업무에 몰린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매입업무란 회원사에 결제망을 제공하고 결제 내용 정리·제출 업무를 대행해 수수료를 수취하는 업무를 뜻한다. 비씨카드는 카드사 등에 결제망을 제공하며 이익을 창출해 왔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비씨카드의 매입업무 손익은 2819억 원으로 전체(4061억 원) 약 70% 차지한다.

문제는 고객사들이 비씨카드 결제망을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전북은행과 SC제일은행이 비씨카드와 결별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입업무 수익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우리카드마저 자체 결제망을 구축하며 떠났다. 물론 기존 발급된 카드의 경우 만기 시까지 비씨카드로 남게 돼 이익을 지속 창출할 수 있으나 만기가 도래하면 수익 공백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입업무 수익 공백에 대응해 비씨카드는 △신규 회원사 유치 △자체카드 발급 △대출업무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카드론 등 카드대출도 이 일환이다. 대출 규모는 증가세다. 비씨카드의 대출채권은 3월 말 기준 9841억 원으로 2021년 말(3156억 원)과 비교해 약 2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대출채권 비중도 이 기간 8.3%에서 16.3%로 급증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다만 건전성이 악화하는 점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1분기 비씨카드의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은 882억 원으로 1년 전(81억 원)보다 986.6% 불어났다. 전업카드사 8곳(전체 24.7%)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0.33%로 카드사 중 가장 낮았으나 1년이 지난 올 1분기엔 2.33%를 기록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건전성 악화는 수익성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비씨카드는 지난해 783억 원의 대손상각비를 쌓으며 손익이 급감하는 부진을 겪었다. 대손상각비는 2021년 130억 원을 시작으로 2022년 409억 원 등 매년 증가세다. 올 1분기에도 155억 원을 충당금으로 쌓았다.

노효선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주요 회원사의 이탈 등이 나타남에 따라 자체 카드회원 확보, 대출자산 취급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고 사업포트폴리오 변경 과정에서 수익구조의 안정성이 과거 대비 저하됐다”며 “또한 자체 카드사업 확대를 위한 마케팅비용 발생, 대출자산 관련 대손비용 및 이자비용 증가로 이익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씨카드는 지난해부터 점진적으로 보수적인 건전성 기준을 내부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기업대출에 대한 보다 보수적인 건전성 기준을 적용하면서 자체적으로 고정이하여신으로 일부 분류한 채권이 있어 증가한 것이다”며 “앞으로 한계 채무자 구제를 통해 상생금융을 지속 실천하고 담보물 매각과 기업회생 절차 진행 등을 통해 부실 채권을 조속히 회수해 연체율 관리에 적극 힘쓸 것이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