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가 5월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 지 3개월 만에 또 수장을 바꿨다. 자회사 DL건설 역시 새 대표를 맞이했다. 간만에 LG전자 출신이 아닌 내부 인사를 선택했다. 잦은 리더십 교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DL이앤씨는 전날 열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박상신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장 겸 DL건설 대표이사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박 신임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삼호(현 DL건설)에 입사한 뒤 주택 사업에만 30년 넘게 몸담았다. 이후 △2014년 삼호 경영혁신본부장 △2016년 고려개발 대표 △2017년 대림산업(현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장 △2018년 대림산업 대표 △2021년 진흥기업 대표 △2024년 7월 DL건설 대표 겸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장을 맡았다.
박 대표는 대림산업 대표 시절 사업 구조와 조직 문화 혁신을 주도하며 실적을 대폭 끌어올려 ‘검증된 리더’로 평가받는다. 2019년 대림산업은 1조 원을 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고 그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3위로 사상 최고 순위에 올랐다.
또 국내 최초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에 이어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인 ‘아크로(ACRO)’ 리뉴얼을 주도해 고급 주거 단지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 데 역할을 했다. 삼호 경영혁신본부에서는 워크아웃 조기졸업과 경영 정상화를 끌어내는 등 위기관리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DL이앤씨 자회사 DL건설 대표이사에는 강윤호 전무가 선임됐다. 강 대표는 단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대림산업에 입사했다. 인사·기획 등 경영관리 전문가로 DL이앤씨에서 인재관리실장 등을 역임했고 지난해 DL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DL건설 측은 “강 대표가 철저한 위험 관리를 전개하는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리밸런싱(Rebalancing) 작업에 집중해 내실 다지기를 통한 체질 개선에 힘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DL이앤씨·DL건설은 수장 교체가 잦았다. DL이앤씨는 2021년 1월 취임한 마창민 전 대표가 5월 사임한 뒤 후임으로 서영재 전 대표를 앉혔으나 서 전 대표가 지난달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DL건설 역시 지난해 12월 곽수윤 전 대표이사가 사임하면서 박유신 당시 사내이사를 대표로 선임했으나 박 전 대표가 5월 사임하면서 지난달 박 전 진흥기업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에 앉혔다. 이번 강 신임 대표까지 DL건설은 최근 9개월 사이 리더를 3번 교체하는 셈이다.
건설업계에서는 DL그룹 건설 계열사의 경영진이 자주 바뀌는 이유 중 하나로 ‘전문성 부족’을 꼽는다.
건설 부문 경험이 없거나 적은 LG전자 출신 인사에게 경영을 맡기느라 신사업 등 성장이 지체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그간 DL이앤씨는 도시정비사업 ‘빅3’로 꼽혔으나 올해에는 6월까지 ‘0건’이다가 지난달에야 ‘잠실우성4차 재건축사업’을 처음 단독으로 수주했다.
마 전 대표는 2005~2020년 LG전자에서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 등을 이끌다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대림산업에 영입돼 대림산업에서 인적분할로 출범한 DL이앤씨의 초대 대표를 맡았다.
서 전 대표는 1991년 LG전자에 입사해 오디오·비디오(TV·AV)·정보기술(IT)· 비즈인큐베이션센터·MC 등의 부문에서 성장했으며 건설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 올해 초 기준 DL이앤씨 이사회는 LG전자 출신 인사가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였다.
재계 혼맥(婚脈)이 이러한 인사 배치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큰 딸이자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 구훤미 오성로지스 대표의 딸 김선혜 씨와 결혼했다.
일각에서는 2021년 대림산업을 지주사 DL로 전환하고 건설 부문을 DL이앤씨로, 석유화학 부문을 DL케미칼로 각각 분할한 뒤 주가가 폭락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1년 1월 재상장한 DL이앤씨 주가는 그해 주당 6만~7만 원대에서 올해 4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리더를 대표로 전진 배치해 건설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신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라며 “1조 원대 영업이익과 아크로 출범 등 변화를 이끌어온 박 대표가 그간의 성공 경험을 신사업으로 확대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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