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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생 연 1509명씩 5년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진이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환자 피해 등 의료 공백이 커진 지 오래다.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됨에 따라 의사의 수술 집도 등을 보조하면서 의사 업무의 일부를 담당하는 PA(진료 보조) 간호사들마저 업무 과부하를 호소하면서 진료 현장을 떠나기도 해 의료 대란이 우려되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간호법 제정안을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미국·영국 등에선 PA 간호사가 법에 규정돼 있지만 한국 의료법엔 근거 규정이 없었다.이 때문에 1만6000여 명에 달하는 PA간호사들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일하고 있는 실정이었는데 이번에 법제화됐다. 간호법 통과는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여야가 간호법 제정안을 합의 처리한 점에 주목한다. 그동안 진료 공백이 장기화되는 사태를 맞고 있는 현실임에도 정치권은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았다. 특히 간호사·의료기사가 중심이 된 보건의료노조는 29일부터 전국 병원 61곳에서 동시 파업을 예고한 상태였다.
따라서 의료 개혁에 대해서도 국민이 원하는 의료 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국민의 걱정을 불식시킬 수 있는 최대공약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예컨대 국민의힘이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해 대통령실에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방안’을 제안한 것처럼 타협점을 모색해서 지금의 진료 공백 상태를 조기에 매듭짓는 게 바람직하다.
의대 정원을 적정 수 늘리되 2026학년도 의대 신입생 정원은 재검토하자는 것이다.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 의·정 갈등의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의료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의대 증원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 필수의료 확충·지역의료 복원에 5년간 2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재원은 국가 재정 10조 원과 국민건강보험 재정 10조 원이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우선 국가 재정으로 2조 원이 편성돼 있다. 의대 증원에 따른 교수 인력과 교육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늘어난 의대생을 필수의료 분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필수의료 전공의들에게는 수련 비용과 수당을 지급하고 필수의료 기피 이유로 지적되는 의사들의 배상보험 보험료도 지원한다. 지방의료원의 고질적 문제인 낡은 시설과 장비 현대화에도 나선다.
의료 개혁을 위한 정부의 대폭적인 재정 지원은 긍정 평가한다. 하지만 현재 같은 의료 공백 상태가 더 지속되면 의사·전공의·간호사, 그리고 환자와 가족 등 모두가 더 이상 인내하기 힘든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대안을 제시하길 당부한다.
차제에 지역·필수의료 의사 인력 확보에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의료 인력 확충·지역의료 강화·의료사고에 대비한 안전망 구축·보상체계 공정성 제고의 4개 축이다. 이 가운데 의료 인력 확충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지역·필수의료 강화·초고령 사회 의료 수요 충족·감염병 대유행 대비를 위한 충분한 의사 수 확보다. 정부는 일본의 지역 정원제와 자치 의과대학형 지역 의사제, 공공의학 전문대학원 제도를 심도 있게 검토하길 바란다.
여하튼 정부의 기존 정책 강행은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잠재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교수 인원 및 실습 여건 등이 갖춰지지 않아 의학 교육이 자칫 날림이 되어 버릴 우려를 안고 있다. 이제라도 상당수 의대 교수들의 의견처럼 그 절반씩 10년간 증원하는 방안 등을 깊이 검토하길 바란다. 10년 동안 수도권 쏠림 현상을 낮추고 의료 전달 체계와 수가 제도를 바꾸며 2035년에 종합 판단하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이 뿌리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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