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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밸류업 공시 ‘0’건… 私기업만 닦달하는 정부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한 상장사 9곳 가운데 공기업 전무
尹대통령 밸류업 언급 후 상장 공기업 7개월간 주가 31% ↑
실적·재무 악화에 밸류업 주저… “투자 유인 구체화해야”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01 09:48:00
▲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자율공시)’을 공시한 상장사 9곳(공시 11건) 가운데 상장 공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연합뉴스
 
공기업이 정부의 ‘밸류업 외침’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 등 상장 공기업 8곳 어디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지 않았다. 지역난방공사 1곳만 공시 계획을 예고한 정도다. 연초 밸류업 기대에 힘입어 주가가 치솟은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행보다. 실적 악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 정책을 담당하는 만큼 밸류업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서 밸류업 공시를 확인한 결과 ‘기업가치 제고 계획(자율공시)’을 발표한 상장사는 9곳(공시 11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상장 공기업(한국전력·기업은행·한국가스공사·강원랜드·한전기술·한전KPS·GKL·지역난방공사)은 한 곳도 없었다.
 
향후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겠다’고 예고(안내공시)한 기업 18곳(21건) 중에서는 에너지 공기업인 지역난방공사만 유일하게 공시를 냈다. 지역난방공사는 23일 공시를 통해 “이사회와 함께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수립해 해당 계획을 올해 4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안내공시·자율공시를 낸 상장사(27곳) 중 금융사가 13곳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으나 금융 공기업인 기업은행은 아직 밸류업 공시를 발표하지 않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 및 방안을 마련해 연내 발표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며 짧게 말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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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에 대한 기대에 힘입어 주가가 치솟은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행보다. 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공기업 8곳은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 토론회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처음 언급한 1월 17일 직전인 1월 16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약 7개월간 주가가 평균 28.4% 올랐다. 같은 기간 7.1% 상승한 코스피 지수를 20%p 이상 웃도는 수치다.
 
기획재정부가 2월 공공기관 경영평가 세부평가기준에 ‘상장 공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항목을 추가한 데 이어 공기업 대부분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배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기업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따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큰 시장 기대에도 공기업들이 밸류업에 주저하고 있는 것은 실적·재무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상반기 7104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4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으나 최근 3년간(2021~2023년) 쌓인 누적 적자만 43조433억 원에 달한다. 부채총계도 6월 말 기준 202조8905억 원으로 상장사 중 가장 크고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530.3%로 상당히 높다.
 
한국가스공사도 도시가스 미수금이 13조7496억 원(민수용)으로 크다. 2021년 말(1조7656억 원)과 비교해 3년 만에 7배 이상 커졌다. 미수금이란 가스를 외부에서 산 가격보다 싸게 팔아 돌려받지 못한 금액으로 회계상 자산으로 분류하나 ‘손실’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지역난방공사 역시 연료비 미정산분을 1분기에 550억 원, 2분기에 246억 원 미수금으로 각각 인식했다.
 
관광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카지노 운영사인 강원랜드는 상반기 149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상반기(2979억 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또 다른 카지노 업체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1년 전 대비 382억 원에서 270억 원으로 감소하는 부진을 겪었다. 2019년(434억 원)과 비교해선 반토막이다.
 
다만 공기업도 엄연히 주식회사인 만큼 주주환원에 도외시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배당을 시행한 공기업은 3곳(기업은행·한전KPS·한전기술)에 불과했다. 한전은 3년째, 가스공사·난방공사는 2년째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기업들이 밸류업 이행에 적극 나서야 사기업들도 주주가치 제고에 노력할 텐데 공기업조차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사기업들이 밸류업에 적극 나설 이유는 별로 없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이 상장사에 인센티브로 와닿지 않은 게 문제인 것 같은데 배당 시 분리과세 등 세제 혜택과 상법 개정으로 투자 유인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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