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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우리말과 일본어를 구분하지 못했다. 아니, 일본말이 우리말인 줄 알고 그냥 일상에서 일본말을 사용해 왔다. 요즘 일제강점기하에서 우리의 국적이 대한민국이었냐 일본이었냐를 두고 말이 많은데, 우리의 아버지 세대는 일본어를 우리말처럼 썼던 것이 사실이다. 선친께서는 구구단을 항상 일본어로 외신 것을 기억한다.
우리말인 줄 알고 살았던 예전의 어휘들을 살펴보면서 반성하고자 한다. 우리 어린 시절엔 ‘야마(やま)’라는 말을 참 많이 썼다. 툭 하면 친구들끼리 “이거 정말 야마 도네”라는 말을 했다. ‘야마’는 ‘산’(‘머리’라는 뜻으로 많이 썼다)이라는 말이다. 출판사나 신문사에서 헤드라인 잡을 때도 ‘야마 잡는다’는 표현을 많이 해 왔다.
그리고 ‘야리꾸리하다’는 말이 우리말인 줄 아는 사람이 많다. “야, 이거 야리꾸리 하네”라는 표현을 참으로 많이 한다. ‘야리꾸리(やりくり·遣り繰り)’는 ‘둘러댐·변통·주변’이란 말인데, ‘알쏭달쏭’ ‘애매하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오늘 아침에도 친구가 “거 참! 야리꾸리하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오호, 애재라!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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