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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얘들아, 고맙다?
2016년 12월9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한 날이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12월24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세월호 분향소에 들러 방명록에 이렇게 썼다.
“아이들아!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 2016년 12월24일 박원순”
박 시장은 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직후 세월호 분향소에 들렀고, 그리고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서명했을까. 그 의미는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켜 끌어내리고 정권을 장악할 기회를 준 것은 세월호 사건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 의미에서 ‘고맙다’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희생자들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한 것에 대해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에게 고맙다니!
그런데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쓴 것은 박 시장뿐이 아니었다. 문재인도 그렇게 표현했다. 문재인은 2017년 3월10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의 세월호 분향소를 찾아가 방명록에 다음과 같이 썼다.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2017년 3월10일 문재인”
문재인이 분향소를 찾아가 서명한 날은 다름 아닌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파면 선고를 내린 날이다. 그러니 문재인의 마음속에 얼마나 기쁨이 넘쳤을까. 문재인뿐 아니라 좌파는 세월호 사건 이후 그야말로 신나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겉으로는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듯했지만 그들 마음속에선 하루하루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세월호 사건을 빌미로 대통령과 정부를 끊임없이 공격하여 결국 끌어내릴 수 있었고 그 모든 영광은 목숨을 잃어 준 너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복합적 감정을 “미안하다, 고맙다”고 표현한 것이다.
세월호 사건은 청와대가 개입한 것도 아니고, 서해 페리호 사건처럼 하나의 해상사고였다. 이 사건을 가지고 ‘세월호 7시간’ 등 온갖 프레임을 만들어 박근혜정부를 공격한 결과 박 대통령을 끌어내린 후 기뻐하고 고마워한 세력은 누구인가. 이들은 박 대통령을 불법 탄핵한 후 5월9일 대선에서 문재인 정권의 등장으로 나타났다. 세월호의 정치적 수혜자는 바로 그들이라 할 것이다.
오직 촛불 민심만 생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문 정부 주요 인사들도 수시로 자신들의 정권을 촛불정권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9월 유엔총회에선 “나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문 정권은 2018년 초 헌법안에도‘촛불혁명’이라는 말을 삽입할 정도였다. 문 정권은 자신들을 ‘촛불혁명 정권’이라고 규정한 후 촛불혁명 정신을 기본으로 한 헌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를 ‘국민 헌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 정권이 내세우는 촛불혁명은 어떤 혁명이며, 촛불 정신이란 과연 어떤 정신을 말하는 것인가. 촛불 정신에 입각해 만들려고 하는 나라는 어떤 나라란 말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대통령선거 직전 후보 유세 도중 ‘가짜 보수를 횃불로 불태우겠다’고 발언했다. 또한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보수를 궤멸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월 청와대에서 가진 행사에서 “20개월간 오직 촛불 민심만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민은 분명 둘이다. 하나는 자신을 지지하는 촛불 국민, 다른 하나는 궤멸되어야 할 보수 국민이다. 촛불을 든 세력은 ‘정의의 세력’이고 태극기를 든 세력은 ‘적폐 세력’이라는 관점이다.
사상을 기준으로 국민을 둘로 나누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인민민주주의·민중민주주의·진영 민주주의의 나라가 아닐까. 이는 자유민주주의체제의 국민주권론을 위반하는 개념이다. 문 정권은 실제로 집권 후 ‘적폐 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우경 정권 인사들을 줄줄이 구속하는 등 박해했고, 기독교 등 자신들에게 저항하는 세력을 궤멸시키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했다.
JTBC의 태블릿PC 사건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합법적으로 당선된 대통령이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내란과 외환의 죄를 범하지 않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
그는 2016년 10월24일까지만 해도 정상적으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10월24일 JTBC가 최순실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쳤다는 거짓 보도를 했고 이를 계기로 모든 언론이 대통령·최순실과 관련된 온갖 유언비어를 쏟아냈다.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에선 대규모 촛불시위가 있었고,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만약 퇴진하지 않으면 청와대에 쳐들어가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하면 정부를 해체하고 ‘비상시국회의’라는 초헌법적 기구를 구성해 새로운 체제의 국가를 만들자는 주장까지 했다. 혁명 정권을 수립하겠다는 의미였다.
탄핵 통과를 압박한 촛불시위
민주당과 좌파 세력은 태극기집회 등 국민 저항 운동이 커지는 한편 일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탄핵에 동참하기로 함에 따라 혁명적 방법에서 선회하여 헌법 절차인 탄핵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기로 했다.
국회가 12월9일 대통령 탄핵소추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자 촛불 군중은 여의도로 몰려가 국회를 에워싸고 탄핵소추를 압박했다. 국회의원들은 국회를 둘러싼 촛불 군중에 위협감을 느껴 박근혜 대통령의 잘잘못에 대한 법원의 판결도 없이, 오로지 언론 보도만을 근거로 탄핵소추를 의결하고 말았다.
12월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이루어지자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이에 촛불시위대는 종로구 안국동으로 몰려가 헌법재판소를 에워싸고 탄핵 인용을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도 촛불시위대에 위협감을 느꼈고, 그 결과 법원 판결도 없는 상태에서 3월10일 8대 0 전원일치로 대통령을 파면하고 말았다.
탄핵당한 법치주의
대법원의 파면 판결이 내려지자마자 검찰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을 구속수감 했고, 1심
법원은 24년의 징역형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 이후 2021년 1월 대법원 최종 판결에선 징역 20년형이 선고되었다.
그간 수많은 재판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범죄 사실은 하나도 증명되지 않았다. 탄핵의 시발점이 된 태블릿PC도 최순실의 것이 아니라 한 청와대 행정관의 소유로 밝혀졌다. 박 대통령이 재벌로부터 직접 뇌물을 받은 것은 한 푼도 없었다. 그래서 뇌물죄의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법원이 ‘포괄적 뇌물죄’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만들어 덮어씌워 처벌한 것이다.
이렇듯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과정을 보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체제의 핵심적 가치인 법치주의가 탄핵당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우종창 전 조선일보 기자는 ‘대통령을 묻어 버린 거짓의 산’이라는 책을 저술하여 박 대통령 탄핵의 과정이 얼마나 많은 거짓과 왜곡으로 점철되었는지를 조목조목 들춰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거짓의 산에 파묻혀 탄핵된 것이며, 박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대한민국을 탄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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