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목표 ‘수출 7000억 달러’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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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달성 1912억 달러 남아… “매월 600억 달러씩 기록해도 달성 불가”
철강·2차전지 등 부진 여전한데… 수출, 반도체 등 IT 품목 의존도 심화
미국 대선·중동 정세 불안 ‘악재’… “수출 인플레이션 따라 내년엔 가능”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07 13:54:34

지난달까지 우리나라 수출이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정부가 목표치로 제시한 만큼의 실적은 올리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목표치 달성까지 갈 길이 멀었음에도 여러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서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수출액은 5088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에도 역대 9월 중 최대 실적인 동시에 올해 최대 실적인 587억7000만 달러를 기록해 12개월 연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배경에 정부는 올해 누적 기준 수출액 70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한 2022년에도 같은 목표치를 제시하며 7000억 달러 달성을 노렸지만, 결국 6839억 달러 수출에 그치면서 목표 달성엔 실패했다.

이번에도 7000억 달러 고지를 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역대 최대 수출을 달성하고 글로벌 통상 중추국으로 도약하겠다”며 “연말까지 총 370조 원의 무역금융 공급·하반기 역대 최대 1만 개사 수출전시회 지원 등 가능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포부와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다. 7000억 달러 달성까지 4분기(10~12월)에 1912억 원의 수출 실적을 올려야 하는데, 분기 기준으로 우리나라 최대 수출액은 1771억 달러에 불과하다. 1900억 달러가 넘는 충격적인 수출 실적이 필요한 것이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불황을 맞은 일부 품목에 대한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현대경제연구원(현경연)에 따르면 올해 8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4%나 증가했지만, 수출 증가율 중에서 같은달 기준 반도체 등 IT 품목과 선박을 제외하면 0.6%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수출 품목의 고른 수출 증가가 아니라 수출 품목별 경기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산업부 9월 수출입동향을 살펴보니 지난달에도 15대 품목 중 6개 품목만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 영향으로 불황기에 빠진 2차전지 수출이 줄었다. 또 고금리 장기화로 건설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중국의 내수 부진으로 과잉 생산된 저가 물량이 쏟아지면서 철강 업계도 고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 달여 앞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수출 환경이 급변할 수 있고,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와 중동 정세 불안도 지속되며 수출에 악재는 여전히 껴있는 상태다.

현경연은 지난달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를 통해 “수출 경기의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기저효과를 제외할 경우 완전한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주원 현경연 경제연구실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올해가 끝나기까지 남은 3개월 간 매월 600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해도 올해 7000억 달러 달성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통상적으로 수출은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단가 등의 인플레이션이 있는데,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올해 7000억 달러에 못 미치는 수출액을 기록하고, 내년에 7000억 달러를 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