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전세사기 후폭풍… “차라리 빚 내서 집을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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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상 차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10 00:02:30

전세사기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20·30대 젊은 층이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수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전세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이제는 ‘내 집 마련’이라는 강박이 주택 시장에서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과거 부동산 광풍을 겪으며 지금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다는 불안감에 높은 금리와 대출 규제에도 적극적으로 주택을 매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세사기가 대규모로 발생하며 젊은 층의 전세 제도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의 약 70%가 20·30대 청년층이다. 이들은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경험을 하거나 피해를 직접 목격하면서 전세에 대한 불신감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주택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상황이라 전세를 얻기보다는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 매수에 나서는 청년층이 늘어났다.

한국은행의 ‘연령대별 가계대출 잔액’ 자료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잔액 1859조2000억 원 가운데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26.7%로 나타났다. 내수의 주축이 돼야 할 젊은 층이 부동산 문제로 빚의 늪에 빠진 것이다.

정부와 금융권은 청년층을 위해 다양한 정책자금을 대출하고 있다. 금리가 비교적 낮은 정책 대출을 활용해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집을 얻었지만 이제는 매매로 방향을 전환하는 추세다.

특히 30대는 2019~2021년 부동산 광풍을 목격한 세대로 부동산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이들은 대출을 최대한으로 끌어모아 주택을 매수하는 ‘영끌’ 행태를 보이며 높은 금리에도 주택 매수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가구의 약 80%는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의존하고 있다. 이 비율은 다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자산이 이렇게 편중되면서 불평등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청년층의 순부동산 자산은 마이너스(-)로 나타날 정도로 격차가 크다. 이들은 대부분 높은 부채를 안고 있어 부동산 자산 축적이 실속이 없는 편이다.

2010년대 이후 부동산시장이 상승세를 타면서 대다수 세대가 자산을 늘릴 수 있었지만 청년층에선 과다한 부채와 고용 불안정 그리고 상속과 증여를 통한 ‘부모 찬스’로 인해 자산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부동산 불패 신화 속에서 자산 격차는 세대 간뿐만 아니라 세대 내에서도 심화 중인 것이다.

청년층의 부동산 자산 문제는 단순한 대출이나 주택 구매로 해결되지 않는다. 부동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자산 구조를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주택 시장에서 불평등을 줄이고 부동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전세사기의 피해자가 대다수 청년층이라는 점은 이들이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연령층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60%는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73.9%는 20·30대에 속한다. 이들은 전세사기 피해를 겪은 후 전세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고 대출을 통해 집을 사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 그 결과 높은 부채를 떠안게 되고 금리인상 등 금융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빚은 단순한 금전적 부담을 넘어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슬과도 같다. 특히 젊은 세대가 무리한 대출에 의존해 주택을 마련하려다 보면 그 사슬에 묶여 경제적 자율성을 잃게 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임한상 차장대우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