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편리함의 역습 ‘디지털 피로감’에 찌든 현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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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18 00:02:30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구가 됐다. 일정 관리부터 소통과 여가 생활까지 모든 게 이 작은 기기 하나로 해결된다. 하지만 편리함 이면에 ‘디지털 피로감’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은 신체적·정신적으로 피로를 유발하며 이제는 그것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전체 이용자의 23.1%에 달한다. 특히 청소년의 40.1%가 과의존 위험군에 속해 세대별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의존이 학습 능력 저하·사회성 결핍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신체 건강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화면을 오래 바라보는 습관은 눈의 피로를 유발하고 시력을 저하시킨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하루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시력 저하율이 두드러지게 높아졌다. 목을 숙인 자세로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거북목 증후군’과 어깨 통증도 현대인의 고질병이 됐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생활 패턴은 비단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까지 확산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수면 질 저하도 심각하다.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깊은 잠을 방해한다. 결국 수면 부족이 만성 피로와 집중력 저하로 이어지고 직장인들의 업무 능률까지 떨어뜨린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직장인의 68%가 “아침에 피곤하다”고 답했는데 대부분이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된 수면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정신 건강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소셜 미디어는 비교를 부추긴다. 누군가의 화려한 일상과 나의 처지를 끊임없이 견주게 해 불안감을 키운다.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20·30대의 정신 건강 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좋아요’나 댓글 수에 집착하면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심리적 피로감이 누적되는 경우도 많다.

해법은 결국 ‘스스로의 통제’에 달렸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기 위해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해야 한다. 일정 시간 스마트폰을 꺼 두거나 알림 설정을 최소화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취침 전 스마트폰 대신 독서나 명상 같은 아날로그 활동으로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스스로 시간을 제한하는 어플리케이션 사용도 권장된다.

사회적 차원의 대응도 필요하다. 일부 기업들은 업무 시간 외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디지털 셧다운제’를 도입해 직원들의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보관함 제도와 ‘디지털 프리존’을 시행하며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필수품이지만 그 편리함이 지나치면 독이 된다. 디지털 피로감은 개인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증가시킨다. 이제는 스마트폰을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균형 잡힌 태도가 절실하다. 스스로의 시간을 되찾는 것이 디지털 피로감을 해소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최영호 기자 cyh2@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