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세계 언론들은 ‘트럼프노믹스(Trumpnomics)’라 불리는 그의 경제정책에 주목했다. 미국의 경제정책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도 예외일 수 없다.
불과 6년 전 세계 주류 경제학계가 트럼프노믹스를 혹평했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현상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우리나라 경제학자 중에서 이미 트럼프노믹스에 주목한 학자가 있었다. 바로 ‘새마을운동 왜 노벨상 감인가’(청미디어·2020)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기파랑·2018) 등의 저서를 통해 박정희경제학을 해부한 석학 좌승희 박사다. 좌 박사는 특히 트럼프노믹스가 우리나라를 경제 부국으로 이끈 박정희경제학과 상통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에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박정희의 실증 경제학(이념을 중시하는 규범경제학이 아닌 사실에 기초한 경제학)이 트럼프노믹스와 놀라운 공통점을 보인다는 주장을 담은 좌 박사의 논문 ‘트럼프노믹스와 박정희경제학’이 외국 논문 사이트에 발표됐다. ‘박정희 경제발전 사상이 트럼프노믹스로 환생하다’는 주제를 풀어나간 이 논문은 국내 독자를 위해 편저자 신백훈에 의해 전자책으로 번역 발간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박정희 평가를 놓고 ‘내전 수준의 분열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박정희경제학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가 거의 없던 시절, 좌 박사는 홀로 고군분투하며 박정희경제학이야말로 대한민국 도약을 위한 길이라고 역설해 왔다. 이제 트럼프노믹스와 함께 박정희경제학에 주목할 때다.
다음은 해당 논문의 저자 서문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정치인들과는 매우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의 경제정책인 트럼프노믹스 역시 주류 경제학자들의 생각과 많이 달라 처음부터 정치권과 경제학계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필자가 트럼프노믹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의 선거 기간에 출간을 준비하던 ‘경제발전의 일반이론(A General Theory of Economic Development·2017·Edward Elgar)’과 연관이 있다.
당시 주류경제학이 한강의 기적을 비롯해 일본·중국 등의 경제발전 경험은 물론, 선진국들의 저성장·양극화(경제 성장의 저하와 소득 격차의 심화)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실망하여 새로운 경제발전이론을 모색하던 중 당시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일부 주장이 필자의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 퇴임 후 미·중 관계에서의 변화를 언급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의 대중 관련 정책 기조를 거의 그대로 이어받았고, 나아가 여러 새로운 정책(인프라 구축 정책이나 인플레 감축법 등)으로 미국 기업 부문에 대한 지원정책들을 강화해 왔다.
반면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3연임 과정을 거치면서 친기업 정책 기조가 약화되는 징조를 보인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으나, 미국의 대중 봉쇄 정책이 국제적 차원으로 확대되면서 중국 국내 기업들의 성장이 위축된다면 향후 대미(對美) 경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세계 경제학계에서 경제학 교과서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는 트럼프노믹스를 엉터리 경제학(Snake-oil economics)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트럼프노믹스를 백안시하던 미국 경제학계가 트럼프 대통령 후임인 바이든정부가 트럼프 정책을 강화해 반중적이고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에 위배되는 미국기업 친화적인 산업정책을 추진해왔는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이는 국내 경제학계도 마찬가지였다. 시장의 자유를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와 WTO 중심의 세계화 사상에 맹종하여 박정희 중화학 공업화 정책을 비판하고 정부의 산업정책을 반대했던 한국 경제학계도 조용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제학이 얼마나 쓸모 있는 학문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로, 사실상 트럼프노믹스의 원조가 ‘박정희경제학’이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필자의 저서 ‘경제발전의 일반이론’은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기업주도 경제발전 경험이 세계사적인 보편적 경험이라는 통찰을 담고 있으며 이는 실증적 관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이론’에 부합하는 트럼프노믹스는 박정희경제학과 상통한다. 다시 말해 박정희경제학이 트럼프노믹스로 미 대륙에 상륙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에게 줄기차게 자조(自助: 스스로 돕는 것)와 자립(自立: 스스로 서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에게 근면·자조·협동·자립을 강조한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이제 트럼프노믹스가 박정희경제학을 ‘무임승차’했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경제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언급하고자 한다. 트럼프노믹스는 우리에게 박정희 시대의 기업 주도 경제발전 정책의 환생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박정희 시대 경제정책의 핵심은 “경제적 차별화 원리(경제적 성과에 따라 다르게 대접하는 원리)에 따라 스스로 돕는 개인·기업·새마을을 돕는 것이 경제발전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기업 우선 정책을 내건 트럼프노믹스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따라 배워서, 저성장 양극화의 함정에 빠진 국내 경제 활성화에 활용해야 할 때다. 대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대신 세계 경제 영토 쟁탈전의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중소․스타트업 기업들도 중소기업에 안주하지 않고 중견․대기업과 재벌이 되는 것이 꿈만이 아닌 현실이 되도록 성장하는 기업들의 앞길을 열어주는 기업주도 성장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이것이 박정희경제학과 트럼프노믹스가 공통적으로 주는 교훈이다.
필자가 모 주요 일간지에 트럼프 대통령을 박정희 대통령에 비유하는 글을 보냈더니, 박정희재단 이사장이 어떻게 이런 글을 쓰느냐며 게재 거부와 훈계를 들었던 경험이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됐던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박정희경제학을 무임승차한 트럼프노믹스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정희경제학과 트럼프노믹스를 논하는 것이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닌 시대가 오길 바란다.”
□ 좌승희 박사(경제학) 프로필
현 한국제도경제학회 이사장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UCLA 대학원 경제학 박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겸임교수
경기개발연구원 원장‧이사장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KDI 연구위원‧선임연구위원
미국 연방준비은행 미니애폴리스 이코노미스트
[주요 저서]
‘새마을운동 왜 노벨상 감인가’(청미디어, 2020)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기파랑, 2018)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백년동안, 2015)
‘발전경제학의 새 패러다임: 진화를 넘어 차별화로’(율곡,2008)
‘신 국부론’(2006) 등 다수
[영문저서]
The Rise and Fall of Korea’s Economic Development: Lessons for Developing and Developed Economics, Palgrave-Macmillan, Cham, Switzerland: 2017.
A General Theory of Economic Development: Towards a Capitalist Manifest, Edward Elgar Publicing Ltd. Cheltenham, UK/Northampton, MA, USA,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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