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안 처리 파행은 ‘오로지’ 巨野 민주당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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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 “여야 모두의 책임” 억지 양비론
‘대왕고래’ 시추 98% 등 국가 미래 사업 예산 깎아
대통령실·검찰 특활비 전액 깎고 국회 몫은 유지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04 00:02:01

2025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더불어민주당의 행보는 이 정당이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공당(公黨)이냐는 의문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그들은 국민의 삶과 미래를 좌우하는 예산을 정치적 수단으로 삼고 거대 의석을 무기로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출신의 우원식 국회의장은 예산안 처리가 법정 기한 내 이뤄지지 못한 것을 두고 “여야 모두의 책임”이라며 양비론을 내세워 문제의 본질을 왜곡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미래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예산안이 파행으로 치닫게 된 주된 원인은 민주당의 무책임한 감액 예산안 강행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부의 예산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에 여당의 반발이 거세지자 우 의장은 예산안의 본회의 상정을 지연시키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면서 정부 예산에서 4조1000억 원을 삭감했다. 특히 검찰 특정업무경비·특별활동비, 경찰 특활비,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특활비(82억5100만원) 등을 전액 삭감하면서 이재명 대표는 “필요하면 증명을 하라”고 억지를 부렸다. 이 같은 태도는 누가 보더라도 단순한 예산 조정이 아니라 정치적 압박을 통한 정쟁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는 여야 협력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예산 논의의 본질을 훼손한 것이다.

이 상황을 두고 우 의장은 민주당의 단독 예산안 강행을 저지하기보다는 여야 협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다수당은 다수당으로서,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과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 발언이다. 여야를 싸잡아서 나무랄 것이 아니라 당리당략에만 집중하는 민주당의 일방적 태도를 질타해야 했다. 이런 식의 민주당 예산 폭거는 예산안의 효율적 처리를 방해하고 결국 국민과 경제에 큰 피해를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국가 미래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될 위기에 놓였다. 그중에서도 ‘대왕고래(동해 심해 가스전)’ 시추 프로젝트 예산을 98%나 삭감한 점은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당장 이달 중 첫 탐사 시추를 앞둔 이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당초 여야 합의로 소관 상임위에서 456억 원대 예산이 통과됐지만 민주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를 뒤집고 8억 원으로 삭감했기 때문이다. 종전보다 관련 예산이 98.2%(448억원)나 깎인 것이다.

윤석열정부가 지난해 ‘연구·개발 카르텔 타파’를 목적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비를 삭감했을 때 이를 맹렬히 비난하던 민주당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국가 경제와 미래를 위한 중요한 사업보다 민주당의 정치적 손익을 더 앞세운 것이 아니라면 이런 계산이 나올 수 없다. 이런 식의 예산 삭감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저버린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걸 명백히 보여 준다.

또한, 민주당은 다른 정부 기관의 특활비를 깎으면서 국회 몫의 특활비와 특정 업무 경비는 전액 유지하며 이른바 ‘제 밥그릇 지키기’에는 집착하는 추태를 보였다. 그들의 정치적 계산이 얼마나 우선시되었으며, 그리고 국민을 위한 결정을 등한시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이번 예산안 처리의 파행이 여야 모두의 책임이라는 우 의장의 지적은 맞지 않다. 자당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함으로써 협치와 타협을 중시하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무시한 민주당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우 의장이 말한 “진지하고 성의 있는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오로지 민주당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애매한 ‘양비론’으로 현 상황을 무마하고 국민의 판단을 오도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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