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여름 작가의 ‘도시숲, 쓸쓸하거나 그럴듯한’ 전이 서울 북촌 갤러리단정에서 7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다.
광주·부산·대구 등 지역작가 전시를 꾸준히 기획해 온 갤러리단정은 올해 마지막 전시로 전남과 광주에서 활동 중인 서여름 작가 초대전 ‘도시숲, 쓸쓸하거나 그럴듯한’을 준비했다.
작품 활동 초기부터 △사라져가는 옛 소도시 골목 풍경 △멸종위기 동물 등 생명과 소멸에 관심이 많았던 서여름 작가는 이번 전시에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현대인에게 한층 더 진지하고 솔직한 ‘삶의 대화’를 제안한다.
이번 이야기의 가장 큰 주제는 사회가 원하는 사회상과 개인이 생각하는 삶과의 괴리감이다. 이를 위해 과거 삶의 공간이었으나 현재 파괴된 구도심 골목을 배경으로 부엉이·수달·아무르표범 등 한반도에서 터전을 잃은 동물을 등장시켜 삭막해진 환경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독과 외로움을 투영한다.
작가 의도는 작품 제목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익숙하거나 낯설거나’ ‘그곳에 있었다’ ‘골목길 파라다이스’ ‘나답게 빛나는 방법’ 등 현대인의 기억에서 점차 잊혀 가는 공간과 존재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전시 작품 중 ‘구름길을 따라’ 안에는 한반도에서 1960년 사라진 것으로 기록된 아무르 표범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회가 지향하는 삶, 허황한 구름을 밟으며 쓸쓸히 어디론가 향하는데 산 아래 오솔길 배경은 현대 사회의 관계망처럼 텅 비고 적막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혜와 부의 상징으로 잘 알려진 부엉이도 서여름 작가가 좋아하는 존재다. 부엉이는 미래를 통찰하는 예지력과 죽음·생명을 암시한다.
‘시간의 숲’에는 누구나 꿈꾸는 유토피아를 작은 섬으로 표현하고 그 유토피아를 실현하기 위해 24시간 바쁘게 쫓고 쫓기는 현실을 해와 달에 비유했다.
이번 전시 작품 속에 종종 등장하는 해와 달은 왕을 상징하던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에서 차용한 것으로, 작가는 낮과 밤의 반복처럼 현대 사회에서 노동 시간이 무한하기에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종의 기호로 사용하였다.
지난해 새로운 각오를 담아 작가명을 서영실에서 서여름으로 개명한 작가는 향후 △도시 숲에 가려진 하늘 △빌딩 사이 좁은 공간을 차지한 하늘의 다양한 표정과 변화를 더 세밀하게 그려낼 계획이다.
아울러 2022년 봄에 이어 서여름 작가와 두 번째 초대전을 준비한 갤러리단정은 빠르고 쉽게 살아가는데 급급한 현대인과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며 어렵고 힘든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서여름 작가에게 이번 전시가 활동의 원동력이 될 수 있게 많은 응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카빙 페인팅(Carving Painting) 기법
시간을 쌓듯 색색의 아크릴 물감을 덧칠해 쌓아 올린 후 다시 깎아내는 방식으로 드로잉 단계에서 다양한 소재와 완성될 색을 미리 구성해 어두운색에서 밝은색으로 채색한다. 국내·외 여러 작가가 이 방식으로 작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작품 전체를 이 방식으로 표현하는 젊은 작가는 드물다. 과정에서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인고의 시간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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