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언어가 들어와서 우리말에 많은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특히 수동태라는 것이 이상하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며칠 전에 모임에서 연말 회계 보고를 하는 중에 “교육관이 00억에 구입이 되었습니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냥 “00억 원에 구입했습니다”고 하면 될 것을 굳이 ‘구입되었다’고 표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같은 날 다른 이의 표현 중에 “기대가 되어집니다”는 말도 있었다. 이 또한 ‘기대합니다’고 해도 무방한데, 왜 ‘되어지다’라고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뉴스에서 이러한 표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주동자들이 경찰에 의해 체포되어졌습니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경찰이 주동자를 체포했습니다”고 하면 깔끔한데, 굳이 수동태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나치게 영어 공부를 많이 해서 영어와 우리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지만,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우리말이 불쌍하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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