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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경제 흐름 변화에 맞춰 금리 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을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대외적으로는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서 수출이 어려울 수 있고 국내 상황은 금리 인하가 계속될 경우 불안 요소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점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상황 변화에 맞춰 통화정책을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 총재는 “물가·성장·환율·가계부채 등 정책변수 간 상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화정책은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과 경제 흐름 변화를 점검하면서 금리 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안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현 상황에서 통화정책만으로 우리 경제를 안정시키기 어렵다”며 “국제사회의 관심이 금융·외환시장 불안을 넘어 국정 컨트롤타워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로 확대됐는데 정치적 갈등 속 국정 공백이 지속될 경우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경제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충격이 더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국정 사령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을 포함한 경제 시스템 전반이 정치적 프로세스에 영향받지 않고 독립적·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작년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수출 품목이 반도체 등 일부 상품으로 구성돼 특정 산업의 사이클에 따라 전세 수출이 부침을 커진다는 지적이다.
이 총재는 “주력 산업에서는 후발주자인 중국이 우리를 추격해 왔지만 10여 년간 미래 수출을 이끌어가야 할 신산업은 개발되지 못했다”며 “단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매출액 상위 15대 기업을 10년 전과 비교하면 미국은 7개 기업이 신규로 진입한 반면 우리는 2개 기업만이 바뀌었고 그중 신산업을 통해 성장했다고 볼 수 있는 기업은 1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혁신 기업의 탄생에는 혁신에 성공하지 못한 기업의 퇴출이 수반된다”며 “우리 경제에 신성장 기업이나 산업이 부족한 건 창조적 파괴 과정에 수반되는 사회적 갈등을 관리하기보다 안정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회피해 왔기 때문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식시장 활성화 등 경제 부문만큼이라도 혁신을 제한하거나 기득권을 보호해 창조적 파괴를 가로막는 규제를 하루 속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산업 육성 및 규제 완화에 따른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 없이는 밸류업 정책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총재는 “미국 주식시장이 ‘매그니피센트 7’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듯 우리도 혁신적인 새로운 기업들이 경쟁과 창조적 파괴 과정을 통해 주식시장을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며 “혁신을 제한하거나 기득권을 보호해 창조적 파괴를 가로막는 규제를 걷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달러 환율은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이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에 상응하는 자금을 외국인과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빼 나갔기 때문”이라며 “해외로 자금유출이 계속되면 국내시장에서는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새로운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신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를 통해 새로운 기업이 생겨나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밸류업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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