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대 후반 환율… 대기업 90% “예상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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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50대 기업 환율 영향 조사… 대기업 대부분 現 환율 예측 실패
원자재 조달 비용 늘고 해외 투자 비용 늘어… 수입결제 환차손도 기업 몫
해답은 비용 절감 뿐… “외환시장 안정화·기업 유동성 지원 확대 필요한 때”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09 14:04:22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국내 정국 불안으로 빚어진 고환율에 기업들이 시름하고 있다. 원자재 조달 비용 증가·해외 투자 비용 증가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9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국내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주요 대기업의 환율 영향 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들이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하며 적용한 원·달러 환율은 1350~1400원 범위가 33.3%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300~1350원 범위가 29.6%로 뒤를 이었다. 주요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올해 사업계획에 1300원대 환율을 적용한 셈이다.

그러나 정국 불안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등으로 원·달러 환율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1480원대를 돌파하는 등 고환율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과반의 기업들이 환율 예측에 실패한 것이다. 올해 사업계획에 1400~1450원 범위의 환율을 적용한 기업은 18.5%에 불과했고 현재 수준인 1400원대 후반을 예측한 기업들은 11.1%로 10곳 중 1곳 꼴로 나타났다.

환율 상승으로 국내 대기업들은 원자재 및 부품 조달비용 증가·해외 투자비용 증가·수입결제 시 환차손 발생·외화차입금 상환부담 증가 등을 어려움으로 지목했다.

더구나 통상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기업들은 수혜를 입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엔 현지 생산 비중이 증가해 달러화 결제가 늘어나면서 수혜 효과는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대한상의는 설명했다.

대한상의는 “특히 우리 대기업들은 가격보다는 기술과 품질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데 고품질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영업이익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업들은 실제 환율과의 차이가 발생함에 따라 사업계획과 환율 기준을 수정하면서 환율 충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응답 기업의 74.1%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을 환율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 차원의 대응책으로 꼽았다. 생산비 증가에 대비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어 △수입선 다변화 및 저가 대체 공급처 발굴 △선물환·통화스왑 등을 활용한 환헤지 비율 확대 △핵심부품 및 원자재의 국산화 추진 등의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우리나라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며 충격이 컸지만 여진은 비교적 짧았던 반면 지금의 환율 불안은 경기 침체가 누적된 상황에서 국내외 리스크의 충격이 겹친 것이라 그 여파와 불확실성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강 본부장은 또 “불안정한 환율 상승이 자본 유출·대외신인도 하락 등의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외환시장 안정화와 기업 유동성 지원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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