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거래를 앞두고 서류 처리를 위해서 출근했다. 그런데 컴퓨터가 기분 나쁜 배경화면으로 바뀌어 있고 처리해야 할 중요한 서류가 열리지 않는다. 중요 서류는 물론이고 파일 대부분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였다. 바탕화면에는 메모장 파일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라는 글씨가 보인다.
“당신은 랜섬웨어(Ransomware)에 감염됐고, 돈을 주기 전까지는 절대로 풀어 주지 않을 거다. 돈은 비트코인을 구매해서 Tor 브라우저를 통해 다크웹에 접속하고 나에게 연락해서 연결된 계좌로 보내면 된다. 경찰에 알리지 않고 송금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당신의 소중한 데이터들을 지키기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하라.”
내 컴퓨터가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을 그제야 자각한다. 그냥 해킹이나 정보 탈취 공격을 당한 정도가 아니고, 내 파일이나 중요 데이터를 암호화해 데이터를 인질로 금전을 요구하는 랜섬웨어 공격을 당한 것이다.
돈을 지불해야 할까 고민되기 시작한다. 사이버수사대 등에 연락을 하자니 경찰에 알리지 말라는 문구가 신경 쓰인다. 당장 거래를 앞두고 서류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점점 마음이 급해진다. 혹시나 경찰에 연락했다가 당장 처리해야 하는 내 중요한 파일들이 삭제될까 두렵다.
결국 메모장에 쓰여 있는 대로 금액을 지불하기로 했다. 하지만 1억 원이 넘는 돈을 썼는데도 랜섬웨어 공격자는 파일을 풀어 주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 건지 자신이 한탄스러워질 때쯤 새로운 메모장 파일이 생겼다.
“파일을 복호화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 추가적인 비용을 더 지불해야 파일을 풀어 줄 수 있다” 공격자에게 어쩔 수 없이 수억 원의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회사의 중요한 파일들이 암호화된 채로 있으면 이번 거래가 무위로 돌아갈 것은 물론 회사가 아예 문을 닫아 버리는 사태로까지 치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언제든 당할 수 있는 랜섬웨어 공격을 당했을 때의 상황을 알기 쉽게 가정해 봤다. 이 경우 돈을 지불했으니 랜섬웨어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것일까. 랜섬웨어의 공격이 발생했다는 것은 이미 공격자는 해당 정보들을 빼돌려 이 기업에 접근할 수 있는 관리자 권한이나 중요 정보를 통째로 다크웹에서 판매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우리 기업의 정보를 사고 다른 취약점을 찾아내 또다시 랜섬웨어 등의 협박에 시달릴 위험이 크다. 2023년 기준 랜섬웨어로 지불한 비용이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사이버 침해 신고 건수가 지난해 1887건으로 2023년(1277건)보다 약 48% 증가했다.
전체 랜섬웨어 신고 건수의 대부분은 보안 역량이 비교적 낮은 중소·중견기업의 피해가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세계 최대 랜섬웨어 공격 집단인 ‘록빗(LockBit)’도 차세대 버전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는 등 언제든지 랜섬웨어 공격 시도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랜섬웨어에 감염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사전 조치는 물론 랜섬웨어에 감염된 이후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전에 기업이나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중요한 자료는 정기적으로 백업하고,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이메일과 메시지·URL(인터넷주소)은 실행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소프트웨어는 최신 버전으로 늘 업데이트해 사용하고 최신 버전의 백신을 설치하고 실시간 감시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랜섬웨어에 감염된 이후에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어도 외부 저장장치 연결을 해제해야 한다. 감염 사실에 놀라서 컴퓨터를 끄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다만 네트워크는 차단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감염된 화면과 암호화된 파일이 생성된 화면도 캡처·저장해 KISA에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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