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탑승자의 목숨을 지켜야 할 가드레일이 안전하지 못하다.
기자는 운전을 즐겨한다. 그래서 사고를 몇 번 당해봤다. 그중에서도 가장 잊지 못할 기억은 군 전역을 기념해 친구와 함께 제주도로 떠났던 여행길에서 발생한 사고다. 갑자기 오른쪽 차로에서 차가 끼어들어 피할 수 없었다. 달리던 차로는 1차선이어서 중앙분리대 가드레일이 없었다면 맞은편 차선으로 차가 튕겨 나가 목숨이 위험했을 수도 있다. 가드레일 덕분에 부상은 타박상에 그쳤고 여행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사고 당시에 가드레일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사고를 수습하고 여행을 이어가는 데만 신경이 팔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부딪힌 제주도의 가드레일이 구형 가드레일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지난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한국도로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고속도로 가드레일 총 4836㎞ 가운데 24.6%인 1187㎞는 2012년 개정된 안전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구형 기준 가드레일로 집계됐다. 심지어 현재 교체 계획대로라면 2035년에야 완료될 전망이다.
가드레일은 평소에는 아무 존재감 없어 보이지만 위기의 순간 가장 최전선에서 운전자와 동승자의 생명을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언성 히어로다. 그럼에도 현재 전국 고속도로 4km 중 1km는 여전히 사람의 목숨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형 시설물로 방치되어 있다. 교체가 2035년에야 완료된다는 것은 향후 수많은 탑승자가 도로 위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확률 게임을 계속해야 한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도로 안전 시설물을 개선하는 일은 단순한 토목이나 소모성 예산 집행이 아니다. 그것은 도로를 달리는 모든 국민의 일상과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하고 정직한 투자다.
가드레일 덕분에 목숨을 구한 사람이 기자 한 명뿐은 아닐 거라고 확신한다. 그 당시 제주도에서 사고를 낸 차도 가드레일이 없었다면 방향을 잃어 맞은편 차선으로 갈 수 있었다. 그 당시에만 가드레일은 3명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도로 위에서 아찔한 사고를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깨닫게 된다. 튼튼한 방호 울타리 하나가 얼마나 많은 가정의 평화와 소중한 인명을 지켜내는지 말이다.
구형 가드레일의 교체 속도를 대폭 앞당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2035년까지 방치되는 25%라는 숫자는 결국 누군가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의 확률이 될 수 있다. 예산과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국민의 안전을 뒤로 미루는 관행은 이제 끝내야 한다. 제주도의 그 가드레일처럼 도로 위의 모든 가드레일이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교체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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