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화웨이 창업자, 시진핑 앞에서 "향후 5년 中기술 생사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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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술표준 제정자 돼야"… 美와의 격돌 천명한 셈
알리바바·딥시크·BYD·샤오미 CEO 등도 업계 대표로 발언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20 19:33:47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창업자·최고경영자(CEO) 런정페이(80)가 시진핑 국가주석 앞에서 자국 첨단기술 '내공'이 아직 부족하다며 향후 5년 생사가 갈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해졌다. 20일 홍콩 성도일보 등 매체들에 따르면 런정페이는 17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이 함께한 가운데 열린 민영기업 좌담회에 참석해 "중국이 자율주행과 반도체 등 영역에서 현저한 진전을 이뤘으나 여전히 '표면적 번영이 내공 부족을 가리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좌담회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하나인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과 최근 저비용 고효율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출시로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여러 참석자가 의견을 밝혔다. 런정페이를 비롯해 전기차 세계1위 기업 BYD의 왕촨푸 회장, 중국 거대 사료생산업체 신시왕그룹 류융하오 회장, 반도체 거물 웨이얼반도체 창업주 위런룽,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공개로 급부상한 유니트리의 왕싱싱 회장, 중국 스마트폰 1위 업체이자 전기차에도 진출한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 등 6명이 업계를 대표해 발언했다. 이후 현지 온라인에 발언 내용 요약본이 퍼졌다.

요약본에서 런정페이는 핵심 기술 연구·개발과 글로벌 배치를 강화해 세계 과학·기술 경쟁이라는 도전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5년이 중국 과학·기술 산업의 생사를 가르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민영기업이 반드시 글로벌 기술 규칙(표준)의 제정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화웨이가 이미 중국 내 기업 2000곳과 함께 반도체 및 공업용 소프트웨어 등 핵심 영역 생태계를 재구축하는 '스페어타이어(備胎)계획 2.0'을 가동했다며 "2028년 전체 산업망의 자립화율 70%를 넘기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런정페이는 개혁개방 이래 중국 고도성장기 산증인이며 주역의 한 사람이다. 애국적 기조를 잘 타고 숙청의 위기도 알려진 바 없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중 무역전쟁이 가시화되던 2018년 12월 딸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미 정부의 대(對)이란 제재위반 및 금융사기 혐의로 캐나다 협조 하에 벤쿠버 공항에서 체포됐다가 보석금으로 풀러나는 일련의 과정이 중국에선 애국투사적 행보로 보도됐다. 화웨이 사태는 미국의 부당한 탄압으로 중국에 알려졌으며 멍 부회장이 귀국해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 ‘조국을 향한 애정’을 드러낸 연설로 애국주의에 더욱 불을 붙인 바 있다.

런정페이는 1960년대 충칭 건설기술연구소(현 충칭대) 졸업 후 인민해방군 산하 정보기술연구소에서 특정 계급 없이 군사기술자로 근무했다고 알려졌다. 부친의 국민당 관계 등으로 공산당에 입당하지 못했지만 다양한 수준에서 인정받은 많은 기술적 성과를 이끌어 냈다. 개혁개방 원년인 1978년 공산당 입당 허가가 내려졌으며 1987년 광둥성 선전시에서 화웨이를 세운다. 처음엔 중국 거주 홍콩 업자를 위해 서버 교환기와 장비를 판매·설치·유지·관리하는 하청 업체였으나 훗날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사로 발전하게 된다. 2005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올랐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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