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둘러싼 '美·러 직통'에 맞서 '2차 긴급 유럽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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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1차 때 제외된 정상들 불만에 재소집… 대부분 화상 참석
앞서 밴스 뮌헨안보회의 연설에 드러난 미국 입장과 차이 극명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20 19:31:44

▲ 19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임시 대통령 일리 볼로잔(좌)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2차 긴급회의를 위해 엘리제궁에 도착한 모습. 나머지 정상들은 모두 화상 회의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

미국과 러시아가 직통하며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19일(현지시간) 오후 4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주도로 긴급회의가 다시 열렸다. 이번엔 엘리제궁에서 유럽 각국 정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캐나다 총리 등과 화상 회의를 가졌다. 17일 1차 회의 때 초청받지 못한 정상들이 불만을 드러내자 2차 회의를 다급히 소집한 것이다. 파리를 직접 방문한 정상은 일리에 볼로얀 루마니아 대통령 권한대행뿐이다.

그 외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그리스·아일랜드, 발트3국·체코·벨기에·포르투갈·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정상이 참석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크롱은 1차 회의 때 논의된 내용들을 공유하며 우크라와 유럽의 안보보장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17일 회의 직후 마크롱이 엑스(X·옛 트위터)에 “우크라의 견고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강력하고 신뢰할 만한 안보보장 수반”을 강조하며 “그렇지 않으면 민스크협정처럼 끝날 위험이 있다”고 썼다. 민스크협정이란 우크라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 해결을 위해 2014년·2015년 두 차례 체결된 휴전협정이다.

러시아계 주민이 다수인 돈바스가 자치를 보장받고자 했으나 우크라 정부의 민족주의 기조와 부딪히며 내전 수준으로 이어졌다. 이를 끝내기 위해 우크라·돈바스(도네츠크·루간스크 인민공화국)반군·러시아가 합의(민스크협정)했지만 상황은 악화 일로였다. 러시아계 주민의 수난이 계속됐으며 러시아 측에선 민스크협정을 우크라가 서방 도움 아래 ‘무장을 갖추기 위한 시간벌기였다’고 본다. 결국 2022년 2월24일 이른바 러시아는 ‘특별군사작전’을 개시, 우크라 측이 결사항전을 선언하면서 전쟁에 돌입했다.

전쟁 초기 튀르키예의 중재로 평화협상에 임하려던 우크라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를 만난 후 태도를 바꿨다. 이후 서구 주요국 정상들은 우크라를 향해 ‘뒷받침할 테니 러시아와 끝까지 싸우라’ 응원했으나 충분한 지원 역량이 없다는 게 드러났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좌장격인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가 3500억 달러(500조 원 이상)를 쏟아붓게 됐다. ‘제공한 돈’ ‘수령한 돈’ 액수 차이로 비리 의혹마저 제기됐고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이 우크라에 지출한 모든 것을 현지 희토류 50% 지분으로 회수할 태세를 밝힌 상태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2차 회의에 참석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우크라 없이 우크라에 관한 어떤 것도 결정해선 안 된다”며, 러시아를 향해 “이웃 국가 침략을 금지한 국경 규칙을 고의로 위반했다. 우크라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날 회의 역시 비공식이어서 공동선언문 등이 발표되진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이들 서방 지도자들 주류의 시각은 앞서 14일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서 JD 밴스 미 부통령 연설을 통해 드러난 미국 입장과의 극명한 괴리가 눈길을 끈다.

MSC 연설 때 밴스는 자유·인권을 내세워 사실상 전체주의화한 유럽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전날 뮌헨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이 벌인 차량 돌진 사건을 언급하며 이민문제에 뼈아픈 지적을 했다. 최근 루마니아 대선에서 친러시아계 후보가 당선됐으나 선거무효 판결이 나온 것도 꼬집었다. 러시아 쪽에서 온라인 광고로 지원 사격을 했다는 게 부정선거 단정의 이유였다고 한다. 밴스가 현직 총리를 패싱한 채 독일대안당(AfD) 대표를 만났다는 소식도 충격을 줬다.

밴스는 그날 MSC 연설 후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와 회동하면서 우크라전쟁과 독일 정치권의 일명 ‘방화벽’을 주제로 약 30분간 대화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방화벽’이란 AfD와 어떤 경우에도 협력 못한다는 현지 연방의회 원내정당들의 원칙이자 금기를 말한다. AfD는 20％ 이상의 여론조사 지지율로 이번 총선에서 최소한 제2당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방화벽’ 때문에 연립정부 참여 가능성은 차단된 실정이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유럽 상황을 일부 권위주의 정권에 만연한 상황과 비교했다.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또한 엑스에 “밴스 부통령 발언 내용을 단호히 거부한다. 나치를 경험한 독일엔 극우 정당 차단을 위한 방화벽이라는 공통의 합의가 있다”고 적었다. 밴스 연설 시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 주총리 겸 기독사회당(CSU) 대표가 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좌우를 둘러보는 장면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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