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수장 장례식 5개월 만에 성대하게 치뤄… 내부결속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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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경기장 수만 명 운집… "미국·이스라엘에 죽음을"
폭사 당시 임시 매장할 만큼 조직 위축… 지지세 결집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24 16:45:40

▲ 23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외곽 카밀 샤문 스포츠 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와 후계자 하셈 사피에딘 장례식에 수만 명이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작년 9월과 10월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남부 헤즈볼라 근거지 공습 때 사망한 이들을 성대하게 기념하며 내부 결속에 나선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작년 9월 이스라엘의 공습에 폭사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도자들의 장례식이 5개월여 만에 성대하게 치러졌다. 수장의 장례식도 즉각 못치를 만큼 위축됐던 헤즈볼라가 건재를 과시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AP통신·알자지라방송 등은 하산 나스랄라와 그의 사촌이자 후계자인 하심 사피에딘의 장례식이 23일(현지시간) 오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교외의 대형 경기장에 수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렸다고 전했다. 작년 10월 초 사피에딘 역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졌다.

보도에 따르면 헤즈볼라 새 수장인 나임 카셈 사무총장은 이날 장례식 때 방송된 TV연설에서 "폭군 미국의 통제를 수용 못한다. 저항이 끝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관중석에선 노란 헤즈볼라 깃발을 흔들며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이어졌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 레바논 의회 의장과 대통령, 총리 등이 20년 만에 최대 규모로 치러진 장례식에 참석했다.

헤즈볼라 측은 인근 지역의 주요 도로 폐쇄, 베이루트 공항 항공편 4시간 중단 등 철저한 보안 조처를 취했으나, 장례식 내내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가 베이루트 상공을 저공비행해 긴장이 고조됐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이스라엘 공군기가 나스랄라 장례식장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 절멸을 위협하며 공격한 자 누구든 종말을 맞게 되리라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장례식 전후 몇 시간 동안 이스라엘군에 의한 레바논 남부·동부 공습도 있었다.

나스랄라가 이날 오후 늦게 베이루트에, 사피에딘이 레바논 남부 고향에 각각 안장됐다. 나스랄라 폭사 당시 일단 비밀리에 매장했다가 이스라엘과의 임시 휴전 이후에야 공식 장례 계획을 발표해 진행한 것이다. 헤즈볼라 창립 멤버이자 이후 30년 이상 조직을 이끈 나스랄라 장례식을 미룰 만큼 타격이 컸다는 뜻이다. 헤즈볼라가 나스랄라 폭사 이후 레바논 내 정치적 장악력을 잃고 비판에 직면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작년 말 헤즈볼라의 지원 통로 역할을 하던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마저 붕괴하면서 더욱 궁지에 몰렸다.

이날 헤즈볼라는 결속과 항전을 촉구했다.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 알리 다무시가 이스라엘을 거론하며 "모든 마을과 도시에서 적을 향한 저항이 계속된다는 것을 알리자"고 말했다. 헤즈볼라 소속 레바논 의회 의원인 후세인 하즈 하산의 경우 나스랄라 장례식에 대해 "슬픔이나 작별의 날이 아니라 우리 지도자에게 충성과 서약을 다시 맹세하는 날" "동맹은 물론 적들에게 우리가 약해지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보여주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의 카네기 중동센터 모하나드 하게 알리 부센터장은 이번 장례식을 "일종의 발판" "헤즈볼라 지지 세력 결집의 도구"로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동 내 반미세력을 향해 '힘을 통한 평화'를 다짐하며 헤즈볼라 배후인 이란에 대해서도 확고한 입장이다. 레바논에선 올해 1월 친서방 성향의 조제프 아운 대통령이 선출된 이래 헤즈볼라를 겨냥해 정규군만이 영토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내각 성명을 채택한 상태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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